오래 전, 한국에서 아마 초등학교 시절로 기억합니다만, 학생들은 ‘국민교육헌장’이라는 것을 외워 낭독해야 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꽤 장엄한 내용이었는데, 당시에는 선생님에게 혼나지 않기 위해서 별 뜻도 제대로 모른 상태에서 열심히 외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언제나, 글은 제일 첫 문장이 가장 중요한데, 국민 교육 헌장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그 첫 문장이 이렇습니다. ‘우리는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가지고 이 땅에 태어났다. 조상의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려, 안으로 자주 독립의 자세를 확립하고, 밖으로 인류 공영에 이바지할 때다. 이에 우리의 나아갈 바를 밝혀 교육의 지표로 삼는다.’ 첫 문장, ‘우리는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가지고 이 땅에 태어났다’는 말이 꽤 강력했습니다. 이 말은, ‘나의 존재목적’을 알려주는 내용이었기 때문입니다. 국민교육헌장에 따르면 내가 한국땅에 태어난 이유는, ‘한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이루기 위함이었습니다. 사실, 과거에는 너나 할 것없이 온 세상이 모두 가족이 확대된 씨족, 씨족이 확대된 부족, 부족이 확대된 국가라는 틀 안에서 민족이라는 단위로 똘똘 뭉쳐, 우리 민족끼리 남보다 더 잘 살아보자는 생각들이 강했습니다. 민족과 국가들 간에, 벽이 제법 두터웠습니다. 타민족이나 타 국가는 상생이 아니라, 종종 경쟁 상대 혹은, 물리쳐야 할 대적이 되기가 쉬웠습니다.
아마도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구약 성경 시대, 이스라엘 백성들도, 모두 국민교육헌장 같은 내용을 마음에 품고 살았는지 모릅니다. 유대인들은 늘 ‘유대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갖고, ‘조상의 빛난 얼-아브라함과 이삭, 야곱, 그리고 모세를 통해 주어진 거룩한 율법’을 붙들고, 자기들이 처한 상황에서 그 정신을 이어받아 외세에 억눌린 나라를 독립시키고, 더 나아가 세계를 다스리는 원대한 꿈을 꾸었습니다. 그에 따라 자신들의 나아갈 길을 밝혀, 어릴 때부터 자녀들에게 말씀 교육을 시키고, 그런 세상을 이루어 줄 메시야를 꿈 꾸었습니다. 그 때, 메시야로 생각되는 예수님이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그리고 그 예수님이 공생애 기간 마지막 때에,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시게 되었습니다. 예루살렘은 팔레스타인 땅의 중심지요, 유월절이 가까웠을 때이기에 가장 많은 유대인들이 모이는 장소였습니다. 예수님이 이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유대인의 상징적인 장소인 예루살렘에 올라가신다고 하니, 제자들의 가슴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뭔가 반드시 일어난다고 확신했습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과 함께, 조상의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려, 안으로 자주 독립의 자세를 확립하고, 밖으로 인류 공영에 이바지하는 그런 멋진 일, 메시야 왕국이 이루어지리라 확신했습니다. 그리고, 유대민족 중흥이 이루어지는 메시야 왕국이 되면, 그 나라에서, 한 자리씩 차지하고 떵떵거리며 사는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자들은 예루살렘 성에 입성하는 주님을 앞에 두고, 서로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누가 크냐’고 다투었습니다. 그런 제자들에게 예수님께서는 국민교육헌장 제 첫 구절을 바꾸어 주셨습니다. 사람이 사는 이유는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이루기 위함이 아니라, ‘하늘 아버지께서 맡겨주신 영혼 구원의 사명을 이루기 위함’(마태복음 20:28)이라고 하셨습니다. 예수님은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을 이루기 위해, 세상 사람들을 섬겨 그 영혼들을 구원하는 십자가의 길을 걸으셨습니다.
우리는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사명을 이루기 위해서 성령으로 다시 태어났고, 그 사명은, 세상 사람 모두를 섬겨, 그 영혼들을 주님앞으로 인도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에 우리의 나아갈 바를 밝혀 교육의 지표로 삼고, 123대가 하나되어, 오직 성령님의 권능으로 오대양 육대주에 수많은 영혼들을 섬겨 구원하는 교회들을 세워 나가는 꿈을 이루어가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소원합니다. 샬롬. 2023.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