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희한한 광경을 보았습니다. 어린 아이가 부주의하여 모서리에 이마를 찧었는데, 아무 상관없는 자기 엄마를 원망하고 화를 내는 것이었습니다. 모서리에 부딪히지 않도록 엄마가 자신을 붙들어 주던가, 혹은 그 모서리를 사전에 없애 버리던가 해 주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아 ‘엄마 때문에’ 자기가 다쳤다는 것입니다. 자기는 하나도 잘못이 없고, 자신에게 닥친 불행은 모두 다른 사람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그 아이 얼굴은 ‘볼상 사나운 심술’로 가득했습니다.
서로 이웃하여 사는 두 집이 있었습니다. 한 집은 늘 싸움하는 소리가 그치지 않았고, 다른 집은 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습니다. 어느 날, 싸움 소리가 많은 집 주인이 웃음소리 많은 집에 와서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러자 웃음소리 집 주인이 답변합니다. “아~. 그거요. 간단합니다. 우리 집에는 모두 ‘나쁜 사람들’만 살아서 그렇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가령 제가 방 한가운데 놓여있는 물 그릇을 부주의하게 발로 건드려서 엎질렀다고 합시다. 아내는 ‘제가 그곳에 물 그릇을 놓아 두어서 그렇게 되었다’고 자기 잘못이라고 합니다. 우리 어머니는 ‘아니다. 나이 살 먹은 내가 보고도 치우지 못했으니 내 잘못이다’라고 하십니다. 물론 저는 제가 아래를 잘 살피지 않고 부주의하게 걷다가 잘못한 일이라고 말하지요. 가족 식구 모두가 자진해서 나쁜 사람이 되려고 하니, 싸움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답니다.”
우리가 늘 서로 불화하고 다투고, 상처주고 헤어지는 까닭은 ‘스스로를 죄인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요, 회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내 잘못도 남의 잘못으로 돌리면 언제나 불행하게 살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남의 잘못도 내 탓으로 돌리면, 언제나 행복하게 되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웠다’고 말씀했습니다. 서로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서로의 잘못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면, 서로에게 구원이 임하고 천국이 우리 가운데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종려주일이며 동시에 고난 주일입니다. 오늘부터 한 주간 예수님께서는 죽을 수밖에 없는 죄인들을 위해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셨습니다. 모두 자기 잘못이 아니라고 우기는 ‘볼상 사나운 심술궂은 세상’에 오셔서, 예수님께서는 두 팔을 벌리시고, 세상 모든 사람들의 죄를 다 자기 탓으로 돌리며, 십자가에서 우리 죄를 대신 담당하셨습니다. 스스로 ‘나쁜 사람’이 되신 것입니다. 부활의 영광은 스스로 ‘나쁜 사람’이 된 사람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놀라운 선물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이번 고난 주간에 스스로 ‘나쁜 사람’이 되어 십자가에 돌아가신 예수님을 묵상하면서, 우리 모두 그분의 고귀한 성품을 본받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