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전 일본에서, ‘화장실에서 몰래 식사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놀라운 기사를 보았습니다. 왕따 민감 사회인 일본에서 혼자 밥 먹는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싫어 화장실에서 몰래 식사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모양새가 좋지 않아, 일부 대학과 고등학교에서는 ‘화장실 식사 금지’ 경고문까지 붙이고 단속에 나섰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후, 한국 사회에서도 비슷한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일본처럼 혼자 밥먹는 대학생들이 많아지면서, 급기야 일부 외톨이 학생은 점심을 자주 화장실에서 때운다는 것입니다. 누가 사진까지 인터넷에 올렸습니다. 김밥 한 줄과 음료수가 대학교 화장실, 세라믹 변기 뚜껑위에 놓여 있는 모습은 기이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혼자 밥먹는 사람은 점점 더 많아질 전망입니다. 한국에는 현재 독신자 가정이 전체 가구중 4분의 1입니다. 로이터 통신에 의하면, 한국 사회는 앞으로 15년새에 독신자 가정이 전체 가구중 3분이 1로 증가될 전망이라고 합니다. 이런 사회분위기속에서 요즘 인기있는 방송은 실시간 인터넷 방송인 ‘먹는 방송’, ‘먹방’이라고 합니다.
인터넷 방송 출연자가, 그냥 음식을 만들어 먹는 모습을 보는 것입니다. 남이 밥먹는 모습을 보면서, 함께 밥 먹는 사람이 하루 기준으로 무려 15만명이라고 합니다. 얼마나 혼자 밥먹는 것이 싫으면, 남이 밥먹는 모습을 컴퓨터 화면에서 보면서, 밥먹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하니, 참으로 씁쓸한 사회 현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인태 시인이라는 분이, 이런 세태를 ‘혼자 먹는 밥’이라는 제목의 시에서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밥을 같이 먹는다는 건 / 삶을 같이 한다는 것,// 이제 뿔뿔이 흩어진 사람들은 / 누구도 삶을 같이 하려 하지 않는다 / 나눌 희망도, 서로 / 힘돋워 함께 할 삶도 없이 / 단지 배만 채우기 위해 / 혼자 밥먹는 세상,// 밥 맛 없다 / 참, 살 맛없다 – 오인태 <혼자 먹는 밥> 중
이 세상은 참으로 살맛없고 밥맛없는 세상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지난 주 SNS에서 참 살맛나고 밥맛 나는 세상을 보았습니다. 지난 주부터, 저희 교회 모 교구의 카톡이 ‘까톡, 까톡’ 요란했습니다. 오늘 22일 한국과 알제리 축구 경기를 교구원들이 다 모여서 시청하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경기후에는 영적으로 나눔의 시간을 갖고, 또한 식사 시간도 갖는 것입니다. 서로 집을 오픈하려고 경쟁하는 가운데, 기본적인 풍성한 식탁위에, 수박 2통, 케익이나 팥빵, 열무김치 한 병, 여러 셀에서 동참하니, 풍성한 식탁이 눈앞에 선하게 그려지게 되었습니다.
그 안에서, 우리는 행복한 교구, 대~한민국을 외치며 하나될 모습이 참으로 복된 느낌입니다. 카톡으로 서로 몸이 불편한 분들을 위해 기도제목 나누며 수시로 기도하고, 은혜받은 말씀으로 서로를 격려하는 모습이 보기에 심히 좋았습니다.
예수님 시대에, 바리새인들이 예수님께 물었습니다. ‘하나님의 나라가 어느 때에 임합니까?’ 주님이 대답하셨습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볼 수 있게 임하는 것이 아니요. 또 여기 있다 저기 있다고도 못하리니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느니라’(눅 17:20-21) 의와 평강과 희락이 넘치는 하나님의 나라, 참으로 살 맛나고 밥맛나는 그런 세상은 저와 여러분들안에 있습니다.
우리가 서로 모여 함께 밥을 먹으며, 서로를 위해 기도하며 섬길 때, 하나님의 나라가 우리가운데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각 교구별/셀별로 기쁨으로 모이기에 힘쓰는 동산 가족들을 보며, 참으로 살맛나고 밥맛나는 세상을 봅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