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 일본계 영국인 가즈오 이시구로씨가 노벨 문학상을 받아 세계를 놀라게 했었습니다. 가즈오씨는 1954년 일본 나가사키에서 일본인 부모아래서 태어나 5살 때, 영국으로 이민가서, 영국 시민이 된 분입니다. 노벨상은 출생지를 기준으로 하는 상이어서, 그는 일본인으로 분류되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일본에서는 그에게 문화훈장을 주는 일에 대해 논란이 있었습니다. 일본 태생은 맞는데, 영국인으로 귀화하여 50년 넘게 살았던 그를 일본인으로 볼 수 없다는 견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가즈오 이시구로의 태도는 분명합니다. 그는 노벨문학상 발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나는 영국에서 자랐지만 내 안에는 항상 일본이 있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어릴 적부터 집안에서는 가족들과 일본어로 대화해서, 일본인으로서의 관점과 세계관을 갖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시구로씨는 비록 일본 태생이지만, ‘세계인’에 가깝습니다. 그에게 노벨상을 수여한 스웨덴 한림원도, 수상 이유를 ‘그가 소설을 통해 인간과 세계의 연결’을 이루어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인간과 세계와의 연결, 그 안에, 세상을 감동시키는 놀라운 능력이 있었습니다.
오늘날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사람들의 이동이 심한 때입니다. 지난 러시아 월드컵 때에, 우승을 차지한 프랑스 축구팀은, 주축 선수들이 모두 외국태생 이민자들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외국태생이 전체 23명 가운데 21명입니다. 70년대까지만 해도, 올림픽 경기를 보면, 백인 일색이었던,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이탈리아, 선수들이 언제부터인가, 형형색색으로 달라져 있습니다. 심지어 단일민족이라는 자부심을 붙들고 살았던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들 가운데도 한국인으로 귀화한 타인종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대한민국 땅에는 약 200만명의 외국인들이 살고 있습니다. 세계는 점점 인종간에, 그리고 국가간의 벽이 허물어지면서, 또 다른 세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제 영국 오리지날 백인이 영국을 대표하지 않고, 대한민국 오리지날 한국인이 한국을 대표하지 않습니다. 미국은 다인종 국가가 된지 이미 오래입니다. 그러므로 5살 때 영국으로 이민갔던, 일본계 영국인인 가즈오 이시구로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사건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앞으로 어떤 사람들이 세상을 주도하게 될런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이시구로를 일본인이다 아니다, 혼란스러워하지만, 정작 이시구로 본인은, ‘나는 일본인이다’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자신의 예술적 근원은 일본이었고 일본인으로서의 뿌리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가 남이 갖지 않은 일본인으로서의 소중한 가치를 영어를 통해 세상과 소통했을 때, 세상은 놀랐고, 감동했고, 그는 노벨문학상 영예를 얻었습니다.
사도바울은 로마 길리기아 다소 출신으로 헬라어에 능통한 로마시민권자였지만, 그는 자신의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자신의 모국어를 잃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모국어를 통해 만난 예수님을 헬라어로 온 세상에 전파했을 때 저는 잃어버린 영혼들을 수없이 구원했고, 세상을 엄청나게 변화시켰습니다. 오는 10월 9일은 한글날입니다. 미국에 사는 우리는 대부분, 미국시민권자들이지만, 동시에 한국인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어찌보면, 한국인도 아니고 미국인도 아닙니다. 우리는 주안에서 새롭게 지음받은 주님을 섬기는 세계적인 그리스도인, 즉 세계인입니다. 그러므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나와 세상을 복음으로 연결하여, 잃어버린 영혼들을 수없이 구원하고 세상을 변화시키는데 존귀하게 쓰임받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소원합니다. 샬롬. 2019.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