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음식이나 좋은 건물의 공통점은 재료가 좋다는 것입니다. 재료가 좋으면, 좋은 음식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높고, 역시 좋은 목재를 사용한 건물이 쉽게 무너지지 않고 오래가는 것입니다. 좋은 결과물을 얻으려면, 재료가 중요합니다. 구약 시대에 최고의 목재는 백향목이었습니다. 사자가 동물의 왕인 것처럼, 백향목은 한 때, 수목의 왕으로 여겨졌습니다. 백향목은 튼튼하게 뿌리를 뻗는 강인한 수목으로 방부력, 내구력이 뛰어난데다가 짙은 향기를 풍겨 향기롭고 아름답게 광을 낼 수도 있어 가장 귀중한 건축재였습니다.
그런데, 구약 시대에 하나님의 임재를 상징하는 성막을 지을 때, 조각목을 사용했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싯딤나무라고도 불리는 조각목은 백향목과 비교할 때, 한없이 부족한 나무입니다. 물이 부족한 척박한 땅 광야에서 자란 관계로, 비뚤비뚤 볼품없는 나무인데다, 흉칙한 가시까지 달린 아카시아과의 나무입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 조각목이, 성막의 가장 거룩한 곳인 지성소에 두는 ‘하나님의 임재를 상징하는 언약궤’의 재료로 사용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성소를 보면, 이 조각목이 보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모두 죄다 순금으로 싸여있기 때문입니다. 못난 조각목이 순금으로 싸여져 하나님의 임재를 상징하는 언약궤를 이루고, 성막을 이루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성막을 이루는 재료가 뛰어난 재목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고린도전서 1장을 통해 우리는 주님의 몸된 교회에도 역시, 육체를 따라 지혜로운 자가 많지 않고, 능한자, 문벌 좋은 자가 많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 이유에 대해 성경은 “하나님께서 세상의 미련한 것들을 택하사 지혜 있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시고 세상의 약한 것들을 택하사 강한 것들을 부끄럽게 하시며 세상의 천한 것들과 멸시 받는 것들과 없는 것들을 택하사 있는 것들을 폐하려 하시나니 아무 육체도 하나님앞에 자랑치 못하게 하기 위함”이라고 말씀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백향목같이 이 세상의 잘난 나무들을 부끄럽게 하시며, 그 어떤 나무도 감히 하나님앞에 자랑치 못하게 하시려고, 비뚤비뚤 못난 조각목들을 택하셨습니다.
우리는 사실, 모두 하나님앞에 조각목같은 존재입니다. 비뚤비뚤, 모양도 아름답지 않고, 인격적으로는 흉칙한 가시가 많아 가까이 하면 찔려 상처를 입고 피흘리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런 못난 인생을 하나님께서 이처럼 사랑하시어,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로 덧입혀 의인으로 삼아 주시고, 하나님의 임재와 능력을 체험하는 주님의 성전으로 지어주셨습니다. 예수 보혈로 인해, 못난 인생들이 성전을 이루고, 교회를 이루고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는 소망 공동체가 된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 보혈의 은혜를 덧입지 않는다면, 우리는 마치 순금 도금이 벗겨진 조각목처럼 가장 추하고 약한 모습을 드러내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늘 주님의 보혈을 덧입어, 하나님앞에 의롭다함을 받고, 주님의 임재와 영광을 담는 그릇으로 존귀하게 쓰임받는 저와 여러분들이 다 되시기를 소원합니다. 샬롬. 2017.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