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크리스챤 시인중 한 분인 김남조 시인의 ‘숨쉬는 공부’라는 시가 있습니다. 그 시의 첫 구절은 다음과 같습니다. “숨 쉬는 공부가/ 의료처방의 첫 과제이다/ 깊게 들이켜고 최대한 뿜으라 한다/ 주야간 수시로 연습하란다/ 모태 안의 태아일 때부터 살아 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이 일 기본 아닌가//” 숨쉬는 공부는 살아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 생명의 기본입니다. 그리고, 숨쉰다, 다른 말로 ‘호흡’의 사전적 의미는 ‘일반적으로 체내에 산소를 받아들이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생명 활동’입니다. 맑고 새로운 공기를 들이 마시고, 탁하고 오랜 공기를 내 버리는 반복적인 과정, 그 과정을 통해 모든 만물은 생명을 누리게 되는 것입니다. 살아 있다는 것은 숨쉬는 일입니다. 우리는 매 순간 나쁜 기운은 몸에서 버리고, 새로운 기운을 받아 들여 살아 있습니다. 옛 것을 버리고, 새 것을 채우는 끊임없는 반복속에 우리는 살아 있는 것입니다. 하루의 일과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루의 고된 일과를 마치고 집에 오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그 날 입었던 옷을 벗는 것입니다. 하루 내, 땀과 먼지에 절은 양말 옷들을 벗어 놓고, 그 다음 날 아침이 되면, 어제의 때를 깨끗이 씻고, 새 양말과 새 옷을 입고, 하루를 맞이하게 됩니다. 옛 것을 벗고, 새 것을 입는 과정을 하루라도 반복하지 않으면, 우리는 눈꼽낀 얼굴에 머리는 산발하고, 냄새나는 양말과 더러운 옷으로 자칫 거지 몰골이 될 수 있습니다. 옛 것을 버리고, 새 것을 채우는 끊임없는 매일의 반복속에 우리는 사람답게 살게 됩니다.
1년도 그렇습니다. 이제 우리는 2015년도 거의 막바지에 서 있습니다. 2016년 새해를 맞이하는 문턱에 있습니다. 지금은 매우 소중한 시간입니다. 항상 끝이 중요한데, 어떤 마음가짐으로 2015년을 마무리하고, 2016년을 맞이하느냐에 따라서, 우리 인생은 어쩌면 크게 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 생각없이 2016년으로 들어가다가는 ‘못나고 더럽고 냄새나는 2015년의 삶의 모습들’이,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되살아나는 괴로운 현실을 새해에 반복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제 2015년도 겨우 보름남짓 남은 시점에서 조금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생명호흡하며 사람답게 살아간다는 것은, 옛 것을 버리고, 새 것을 입는다는 의미일 때, 우리는 2015년을 보내며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새롭게 입어야 할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김남조 시인의 ‘숨쉬는 공부’ 마지막 구절은, 이렇게 끝납니다. ‘나는 반성한다. 준엄한 예배당에서 단 한 번도 경건하지 않았음을…’ 시인은 우리의 호흡, 더러운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다시 받아들이는 ‘숨쉬는 공부’가 바로 하나님께 드릴 ‘경건한 예배’임을 알려줍니다. 예배는 하나님 앞에서의 생명호흡입니다. 더럽고 악한 것은 그 어떤 형태로든 다 내뿜어 버리고, 하나님의 형상/ 하나님의 생명호흡을 다시 들이 마시는 거룩한 삶입니다. 순간이 반복이요, 하루도 반복이요, 그리고 1년도 반복인데, 생명은 늘 매순간, 매일같이, 매년 더러운 것을 벗고 새로운 것을 입는 역동적인 과정인 것입니다. 얼마남지 않은 2015년,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입어야 하는지,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생명충만한 2016년을 맞이하는 ‘신령과 진정의 예배자’들이 다 되시기를 소원합니다. 샬롬. 2015.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