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잃어버린 감사
Thanksgiving that we lost

오후 5시만 되어도 깜깜해지는 11월초, 뉴욕과 뉴저지에는 허리케인 샌디로 인한 정전사태로 어려움을 겪은 가정이 적지 않았습니다.  늘 전기를 풍성하게 쓰다가 전기가 없으니, TV, 인터넷, 컴퓨터 아무 것도 할 수 없었고, 전기 충전 휴대전화도 배터리를 아껴 사용하기위해 꺼 놓아야 했습니다.  자동차 개솔린도 전기가 나가니, 주유소 기계가 작동하지 않아 문 닫은 곳이 많아, 5시간씩 기다리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전기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된, 참으로 불편한 날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월요일 성경공부 시간에 허리케인 샌디로 인해 어려움을 겪은 분들과 함께 서로의 경험을 나누면서, 뜻밖에도 감사하는 분들이 많은 것을 보게되었습니다.  전기가 끊겨 추위때문에 부부간에 꼭 껴안고 자다가 금실이 좋아진 가정도 있었고, 평소 서먹하게 지냈던 전기가 들어오는 친척집에 가서 신세는 지면서 서로 더욱 가까워지는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냉장고에 쌓여 있던 음식들을 다 꺼내어 여러 분들을 초청해서 동네 잔치를 벌인 분들도 계셨습니다.  허리케인은 분명히 우리 삶에 큰 불편을 끼쳤지만, 늘 무엇인가에 쫒기듯이 살아왔던 우리들의 삶을 멈추게 하고, ‘멈추면 보이는 소중한 것들을 깨닫게 하는 고마운 기회’를 주었습니다. 

 

수 십년전 어린 시절, 전기가 없었던 서울 근교의 한 마을에 살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밤이 되면 칠흙같이 온 동네가 어두워졌고 집집마다 기름으로 초롱불을 켰습니다.  초롱불의 약한 불빛아래 책을 읽기는 어려웠고, 기름이 아까워 밤이 되면 되도록 빨리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어야 했습니다.  겨울밤은 길고도 지루했기 때문에 우리 형제들은 불을 끄고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곤 했었습니다.  깜깜한 밤, 특별히 어른들이 해 주시는 옛날 얘기는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머리를 풀어헤친 귀신 이야기를 이불을 뒤집어 쓴채 숨죽여 들었습니다.   또 재래식 화장실에서 나오는 빨간 손, 파란 손 이야기는 보통 화장실이 마당 끝쪽에 있었던 시절에 어린아이들을 공포에 질리게 했습니다. 

 

그러다가, 그 마을에 전기가 들어왔습니다.  온 동네 사람들은 ‘전기가 들어왔다’고 소리를 지르며 환호했습니다.   전기는 초롱불과 비교할 수없이 좋았습니다.   오늘날과 비교하면, 빈약한 30촉짜리 백열등 불빛이었지만, 그 불빛으로 인해 여러가지 활동을 밤에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전기불이 점점 더 우리 인생에서 많은 어둠을 몰아내고 우리 인생을 편리하게 해 주면서, 우리는 서로 점점 더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전기로 인해 각자 TV보는 시간이 늘었고, 게임이나 인터넷, 그리고 컴퓨터에 매달려 있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전기는 우리 서로간에 만나는 시간과 대화하는 시간을 현저하게 줄여놓았습니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전기 불빛 가운데 정말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고 살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허리케인 샌디가 ‘우리가 오랫동안 잃어버린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것은 서로간에 있는 따뜻한 대화요, 인간관계요, 옛날 이야기입니다.   허리케인을 통해서 소중한 것을 깨닫게 된 것은 뜻밖의 횡재입니다.  감사의 계절에 귀한 은혜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