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 많은 토끼와 지혜로운 사자 이야기를 아실 것입니다. 토끼가 한 나무 아래서 낮잠을 곤히 자는데, 도토리 하나가 땅에 떨어지며 ‘땅’ 소리를 내었습니다. 그 소리가 겁 많은 토끼에게는 ‘꽝’ 소리처럼 크게 들렸습니다. 그리곤 ‘지금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진다’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다음 순간, 토끼는 자기도 모르게 ‘걸음아 나 살려라’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달렸습니다. 그 모습을 본 노루가 놀란 눈으로 무슨 일이냐고 물었습니다. 정신 없는 토끼는 대꾸할 여유조차 없었습니다. 답답해진 노루가 토끼와 함께 뛰면서 물었습니다, ‘뭔 일이야?’ 지금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고 있어!’, ‘거짓말’, ‘아니야, 진짜야!’ 토끼 말이 의심스러웠지만, 혹시 정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노루는 토끼와 함께 달리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노루의 친구인 사슴도 뛰었고 그 뒤를 이어, 기린, 원숭이, 코끼리, 너구리, 마침내 숲 속의 모든 동물들이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달리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남보다 한 발 더 앞서야 산다는 생각에 속도가 위험할 정도로 빨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서로 기를 쓰고 달리느라, 너무나 힘들고 바빠져서, 자기들이 왜 뛰는지, 생각할 시간도, 서로 대화할 시간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숲이 끝나는 곳에는 바닥을 알 수 없는 낭떠러지가 있었습니다. 좀 더 질주하면, 다 죽을 판이었습니다. 그 때, 숲 속의 왕인 지혜로운 사자가 그 광경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질주하는 동물들 앞을 ‘어흥’ 온 힘을 다해 소리 질러 막아 섰습니다. 정신 없이 달리던 동물들이 천지를 진동하는 사자의 포효소리에 놀라, 멈추어 섰을 때, 사자가 물었습니다.
사자는 동물들에게 ‘어디를 가는지, 왜 달리는지’ 물었습니다. 동물들은 대개가 누군가에게 세상이 멸망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뛰기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남들이 뛰는 걸보고 뒤쳐져서는 안되겠다고 생각되어 힘껏 달리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누가 그런 엉뚱한 소리를 했냐고 물었을 때, 너구리는 코끼리에게 들었다고 했습니다. 코끼리는 원숭이, 원숭이는 기린, 사슴, 노루, 이렇게 묻다가 결국 토끼가 나왔습니다. 토끼는 사자에게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려고 해서 뛰었다’고 답변했습니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냐는 사자의 질문에, 나무 아래서 잠을 자다가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사자와 모든 숲 속의 동물들은 토끼가 처음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다는 나무 아래로 가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 곳에서 땅에 떨어져 있는 도토리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도토리 하나 때문에,모두 아무 의미 없이 뭘 위해 뛰는 지도 모르고 달리다 죽을 뻔 했습니다. 지혜로운 사자가, 바쁘게 어디론가 숨에 차서 달려가는 저들의 앞길을 막고, 잠깐이나마 자신들의 삶을 돌아보게 하지 않았다면, 그 속도로 달려가 모두 낭떠러지에 몰살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주안에서, 제대로 쉬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아야, 우리는 죽을 길에서 돌이켜 생명의 길로 궤도를 수정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오늘 동산 교구 가을 운동회 날, Rockland Park를 산책하면서, 영육간에 쉼을 누리며 각자 자신을 조금이나마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샬롬. – 2015.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