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4일 한국에서는 각 지역 관리들을 뽑는 지방 선거가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서울시 교육감 선거는 참으로 흥미롭게 진행되었습니다. 서울시 교육감은 학생 120만명과 공무원 8만여명, 그리고 한 해 무려 7조 4천억이 넘는 예산을 집행하는 서울 교육정책의 결정권자입니다. 이번 선거에서는 여러 명의 후보중 주요 후보는 3명이었습니다.
선거 전 여론 조사에서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고승덕후보와 현 교육감 문용린 후보가 1, 2위를 다투고, 진보 성향의 조희연 후보가 3위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조희연 후보가 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했습니다. 그런데 선거를 앞둔 몇 일 전에 예기치 않은 일이 터졌습니다.
선거 일주일 전인 5월 31일 고승덕 변호사의 딸 고희경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신의 아버지에 관해 올린 글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고후보의 딸 희경씨는 ‘서울 시민에게’라는 글을 통해, ‘아버지 고승덕 후보는 자신의 자녀 교육에 참여하기는 커녕 연락조차 하지 않았다. 서울시 교육감 후보로서 자질이 없다’고 밝히고, ‘여러분이 여러분 도시를 위해 더 적합한 사람을 선택하길 바란다’고 가히 폭탄 선언을 한 것입니다.
몇 일새에 선거판은 요동쳤고, 그 사이에 어부지리로 가장 지지율이 낮았던 조희연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흥미로운 일은, 조 후보의 아들도 ‘다음 아고라 정치 토론방’에 ‘서울시 교육감 후보 조희연 둘째 아들입니다.’는 글을 올렸다는 것입니다. 조후보의 아들은 이렇게 썼습니다. ‘인간으로서의 아버지 조희연은 고통 받고 있는 사회적 약자를 어느 순간에나 생각하는 사람이다.
제가 20년 넘게 아버지를 지켜온 바로는 다른 것은 모르지만, 적어도 교육감이 돼 부정을 저지르거나 사사로이 돈을 좇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고 아버지에 대한 믿음을 적었습니다. 이 글은 불과 4일만에 조회수가 30만 건을 넘었다고 합니다. 선거 일주일을 앞두고, 교육감 후보들의 자녀들이 선거 결과를 바꾸어 놓은 것입니다.
이번 6월 4일 지방선거만큼 정치인의 가족이 주요 이슈가 된 선거는 별로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서는 정치인이나 공직자의 가족은 대의를 좇는 아버지를 웬만하면 이해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밖에 나가 큰 일하시는 분에 대한 ‘가족 내 면책 특권’이 있었습니다. 가족들은 아버지가 가정을 소홀히 할 수도 있고, 어쩌다 바람도 피울 수 있다고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금번 선거는 세월호의 영향인지는 모르지만, 아버지에 대한 가족의 평가가 선거 당락을 결정해 버린 것입니다.
오늘은 매년 6월 셋째 주일, 아버지날입니다. 자녀들에게 존경받는 아버지가 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되새겨 보는 날입니다. 여러분들에 관해 자녀들이 정직하게 평가한다면 뭐라고 기록하겠습니까? 이번에 교육감 선거에서 마지막 순간에 낙마한 고승덕씨는 여의도 순복음교회 성도라고 합니다.
그러나 성경은, ‘사람이 자기 집을 다스릴 줄 알지 못하면 어찌 하나님의 교회를 돌아보리요’(딤전 3:5절)라고 말씀했습니다. 신앙생활은 가정을 잘 다스리는 것에서부터 출발합니다. 그리고 그런 가정을 주님은 축복하십니다. 그러므로 아버지날, 자녀에게 존경받는 좋은 아버지되는 은혜가 저와 여러분들의 삶에 임하기를 간절히 소원합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