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로 명 가운데, 한국 사람들에겐 발음도 생소한 라파예트라는 길들이 적지 않습니다. 우리 교회 장로님 중의 한 분이 사시는 집 주소도 라파예트로 되어 있습니다. 라파예트는 프랑스 군인 이름으로, 미국 독립 전쟁에 참가하여,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장군이었습니다. 또한 그는 1789년 프랑스 혁명 당시, 프랑스로 돌아가 국민의회를 통해 프랑스 인권 선언의 초안을 작성하는 대업을 이룬 인물이기도 합니다. 라파에트가 초안한 인권선언에는 놀랍게도 언론의 자유와 국민 주권, 삼권 분립등 현대 민주주의 사회의 기초법들이 들어 있습니다. 그는 미국과 프랑스에서 이룩한 성취로, ‘두 세계의 영웅’이라고 불렸습니다. 미국내 많은 길들이 그의 이름을 따라 지어진 배경입니다. 라파예트가 국민회의를 통해 프랑스 인권선언의 초안을 만들었을 때 프랑스는 혁명으로 큰 혼란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 혁명의 결과로, 절대권력자였던 프랑스 국왕이 국민들에 의해 처형되고, 그 왕과 함께 면세를 비롯한 온갖 특권을 누렸던 귀족 계급이 무너지고, 나라는 민주국가로서의 기틀을 마련하게 됩니다.
나라가 뒤집히는 프랑스 혁명이 일어난 원인이 있습니다. 18세기 당시, 프랑스 사회는 123신분제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추기경과 로마 카톨릭 고위 성직자들이 제 1신분이었고, 귀족들이 제 2신분으로 면세와 온갖, 향략과 쾌락을 누리며 주요 관직을 독점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프랑스 인구의 98%를 차지하는 제 3신분의 평민들은 향락에 빠져 놀고 먹기 바쁜 왕과, 제 1,2 신분 계급을 섬기기 위해, 무거운 세금을 부담하느라, 때마침 일어난 기근으로 굶어죽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프랑스는 영국과의 외교 마찰로, 미국의 독립전쟁까지 돕는 무리수를 두게 됩니다. 그 결과 과도한 지출로 인해, 파산직전에 이른 프랑스 정부는 평민 계급의 세금을 올려 그 모든 재정 적자를 부담시키려다가 혁명을 자초하게되고, 왕과 왕비는 죽고, 수많은 귀족들도 처형되거나, 외국으로 망명하고, 나라는 뒤집히게 됩니다. 이 즈음에 나온 말이, ‘노블레스 오블리주’입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노블레스 ‘고귀한 신분 (귀족)’이라는 노블레스와 ‘책임이 있다’는 오블리주가 합해진 단어입니다. 1808년 프랑스 정치가 가스통 피에르 마르크가 처음 사용한 것으로,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합니다. 부와 권력, 명성은 사회에 대한 책임과 함께 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만약 부와 권력과 명성을 지닌 사람이 사회에 대한 책임을 감당하려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프랑스 혁명 당시, 귀족들에게는 자신들의 권리를 지킬 수 있는 여러 번의 기회가 있었습니다. 당시 프랑스 재무장관이었던 칼론은 사태가 심각함을 인식하고, 명사회를 소집해 특권 계층에도 세금을 부과하려는 개혁안을 제시합니다. 그리고, 귀족 300명, 성직자 300명, 그리고 평민 600명으로 구성된 삼부회를 소집하여, 개혁안을 의논하지만, 조금도 양보하지 않으려는, 귀족들의 반발로 삼부회는 결렬되고 맙니다. 그 결과 귀족들은 모든 것을 잃고 쫒겨나고, 왕은 처형당하고, 나라는 뒤집힙니다.
성경은 모든 힘과 권세는 하나님께서 주신다고 말씀했습니다. 그러나, 그 힘과 권세는 자신을 위해 사용하라고 주어진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들을 섬기라고 주신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하나님 주신 특권을 오용하거나 남용하게 될 때에, 세상은 어지러워지고, 나라는 뒤집히고, 그 당사자는 수치를 당하고 죽거나, 쫒겨나게 됩니다. 지난 수년간, 대한민국에서 이런 저런 일로 권력자들이 감옥에 가고, 쫒겨나고, 심지어 자살하는 것을 보면서, 두려워집니다. 늘 하나님을 경외하는 마음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 지푸라기만한 권력이나 힘이 주어져 있다면, 늘 각자 처한 환경에서 섬김의 도를 다하여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쓰임받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소원합니다. 샬롬. 2020.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