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산의 주인들
Ownership of Dongsan

 

당에 가면, 손님과 종업원과 주인의 모습은 서로 크게 다릅니다.  손님은 서비스를 받는 분들이기에, 서비스가 조금 부족하면 불평을 하거나 혹은 말없이 발을 끊습니다.  종업원은 주인이 시키는 일만 주로 하게 됩니다.  보통 소극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주인은 일하는 모습이 크게 다릅니다.  손님들의 불만을 적극적으로 해결해 주려고 애를 쓰고, 누가 시키지 않은 일도, 알아서 열심히 최선을 다해 감당합니다.  그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서, 공동체에 기여하는 섬김이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약 27 년전에 미국에 왔고, 18년 전쯤에 미국 시민권자가 되었습니다시민권을 받는 것이 조금 늦어진 이유는, 왠지 시민권을 받으면, ‘애국 애족’하지 못하는 것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마치 시민권자가 되면, 내 자신의 정체성을 포기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제가 시민권을 받기로 결심하게 된 이유는 크게 세가지입니다

첫째는 시민권자가 된다고 해서, 제 정체성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미국 패스포트를 갖고 있다고 해서, 백인들이 나를 백인으로 보거나, 흑인으로 보지 않고, 저를 아시아에서 온 사람, 혹은 코리안으로 본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시민권자든 아니든, 근본적으로 Korean 이라는 제 정체성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두번째 이유는  영주권자로 살다 보니까, 미국생활에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암만해도 이 나라는 내 나라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인해, 손님 의식으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에 살면서, 미국 사회에서 주인의식으로 산다기 보다는 외국인처럼 살았습니다.  그러니, 미국 국가도 배울 생각도 안하고, 미국 사회에 관심도 없고, 우리 주변에 사는 사람들을 위해 뭔가를 기여해야겠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저는 미국에 살면서도 미국을 위해 있으나마나 한, 그저 가난한 나라에서 부자 나라 미국의 도움만을 받기 위해 미국에 사는 불쌍한 외국인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손님이 아닌 주인으로서의 삶을 위해 제 의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시민권자가 되어야 했습니다. 

또한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세번째 이유도 있었습니다시민권자와 영주권자에 대한 미국 정부의 혜택이 달랐습니다.  외국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시민권자는 미국 정부의 보호를 받았습니다.  미국 입국시 줄을 설 때에도 달랐고, 해외에서의 입지도 달랐습니다.  그리고 미국내에서 살 때, 미국 정부의 혜택도 많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교회도 영주권자처럼 다닐 수 있습니다그러나 영주권자처럼 신앙생활하면, 교회는 다니지만, 교회 공동체에 별 관심을 가질 수 없고,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없습니다.  교회를 다녀도 내 교회라는 생각은 없이 그저 손님처럼 다니게 됩니다.  그러면 교회의 부족함을 발견했을 때, 내가 뭔가 도움이 되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불만을 토로하기가 쉽습니다.  그리고 교인으로서 받는 축복을 온전히 누리지도 못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손님이 아니라, 주인으로 다녀야 합니다.    

오늘은 사역박람회 주일입니다.  모든 동산 교우님들이 각 섬김 활동에 헌신함으로써 외인이나 손님이 아니라, 교회 주인임을 다짐하는 날입니다.  아름답고 건강한 주님의 몸된 교회는 절대 몇 몇 사람의 힘으로나 혹은 손님들로 세워지지 않습니다.  오늘 모든 동산 교우님들의 헌신을 통해 더욱 아름다운 주님의 몸된 공동체가 이루어지기를 소망합니다.

샬롬. 2014.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