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에게는 가깝고도 먼 이웃, 일본에 지난 3월 11일 진도 9.0의 엄청난 지진 해일(쓰나미)이 발생해서, 현재까지 수만 명의 사람들이 죽거나 실종되었습니다. 일본같이 준비가 철저한 나라에서 생각보다 엄청난 상해가 발생한 까닭은 아이러니칼하게도 일본이 자랑하는 방파제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오랫동안 3만 5200㎞에 이르는 일본 해안의 약 40%에 태풍으로 인한 높은 파도나 쓰나미에 대비하기 위한 방파제를 설치했습니다. 이 방파제들은 일본 정부가 큰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 지점마다 빠짐없이 세워져 있었고, 이번에 발생한 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동북부 지방 해안에도 어김없이 이러한 방파제들은 설치돼 있었습니다.
특히 이와테현 가마이시 항만에 건설된 방파제는 일본 정부가 몇 십년간 파도역학과 분산방향등을 연구해 지은 것으로 기네스북에도 이름이 올라 있는 세계적인 방파제로 깊이와 높이가 각각 207피트, 6430 피트에 이르고 30년간의 공사끝에 2009년 3월에 완공되었습니다. 그러나 쓰나미가 이와테현 가마이시 항구를 덮치자 이 방파제는 오히려 장애물이 되었습니다. 넘치는 파도에 떠밀린 선박들이 방파제 턱에 걸려 전복되고 물은 순식간에 차올라 협로를 따라 수위를 키운 바닷물은 시내 중심가를 무섭게 뒤덮어 버렸던 것입니다. 게다가 방파제를 지나치게 의존하여, 바다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 세운 후쿠시마 제 1원자력 발전소는 방파제를 무너뜨리고 밀려온 바닷물로 원전 가동이 중단되면서 폭발 사고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지난 2004년 23만명이 목숨을 잃은 인도네시아 지진 해일 참사 이후에 유엔 환경 계획(UNEP)에서 수개월간 쓰나미를 분석, 연구 발표한 대형 쓰나미 참사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방파제가 아니라, 산호초와 해안가 숲을 만드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후에 인도네시아 등 쓰나미 피해국들은 앞다투어 맹그로브 나무를 바닷가에 심고 산호초 보호에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자연 재해를 막는 방법은 뜻밖에도 자연에 대해 방파제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 더불어 잘 살도록 자연을 사랑하고 가꾸는 길에 있었습니다.
오는 3월 26일은 안중근의사 순국 101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그분은 ‘동양평화론’을 주장하면서, 일본을 미워하지도 싫어하지도 않고 다만 ‘동양인들이 서로 화평하게 살기를 원할 뿐이라’고 당당히 죽음을 받아들였습니다. 이번에 일본이 자랑하는 방파제를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린 가공할 쓰나미가, 일본과 우리 한국민들 사이에 세워진 서로에 대한 방파제들까지 제거하는 기회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해 봅니다. 서로를 경계하고 지배하고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어려움에 처한 이웃에게 사랑의 손길을 내밀어, 그토록 누군가 목숨바쳐 갈망했던, 아름다운 ‘동양 평화 공동체’를 함께 더불어 이루어가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두 손모아 기도합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