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단풍 (Fall leaves)
– 김소엽 시인 –
당신이 원하시면
여름날 자랑스러웠던 오만의
푸르른 색깔과,
무성했던 허욕의 이파리들도
이제는 버리게 하소서.
혈육이 가지를 떠나
빈 몸으로 당신 발아래 엎드려
허망의 추억까지도
당신께 드리오리니
당신의 피로 물들여 주소서.
바람이 건듯 불면
당신의 음향으로
내 젖은 영혼이 떨게 하시고
노을이 찾아들면
육신을 더욱 고운 당신 빛으로
황홀한 색채를 띠게 하소서
푸르른 나는 가 버리고
내 안에 당신이 뜨겁게 살아서
죽어도 영원히 살아 있게 하시고
머언 훗날
어느 순결한 신부의 연서로 남아
당신의 사랑으로 물드는
한잔
불타는 단풍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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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9일 토요일, 동산 1남녀선교회 주최로 ‘등산친교’모임이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가을 단풍을 자랑하는 미네와스카 공원 호숫길을 걸으며 함께 해맑게 웃는 모습으로 멋진 배경을 뒤로하고 찍은 사진들이 모두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습니다. 한 여름에는 모두 무성하게 푸르고 청청한 빛이었을 나뭇잎들이 어느새 노랗고 붉은 형형색색의 곱고 황홀한 색깔이 되었습니다. 나뭇잎은 불타는 단풍으로 그 마지막 생을 다하고 있었습니다. 늘 끝이 좋아야 다 좋다고 하는데, 낙엽지기 전의 가을날 불타는 단풍처럼 우리도 나이 들어 이 땅에 생명을 다하는 날까지 이전보다 더욱 아름다운 그리스도의 핏빛 영광을 뜨겁게 드러내는 삶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샬롬. 2022.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