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읽었던 동화책 중에 깊은 감동을 주었던 이야기는 ‘꽃들에게 희망을’이었습니다. 알에서 막 깨어난 줄무늬 애벌레는 그저 나뭇잎을 갉아 먹으며 별 의미없이 몸집을 불려가다가 ‘보다 나은 삶의 목적’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길을 떠나게 됩니다. 별 성과 없이 많은 애벌레를 만나고 다니던 어느 날, 줄무늬 애벌레는 하늘 끝까지 솟아있는 커다란 애벌레 기둥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건 애벌레들이 서로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 만들어진 기둥이었습니다. 줄무늬 애벌레는 그 기둥에서 뭔가 ‘삶의 목적과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여 무장적 기어 오르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꼭대기에 뭔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뛰어들었지만, 그곳에는 다른 이보다 먼저 더 높이 더 빨리 올라가기 위해 서로를 짓밟고 밟히는 치열한 경쟁밖에는 없었습니다. 끝없는 경쟁에 지칠 때쯤 그 기둥에서 줄무늬 애벌레는 노랑 애벌레를 만나 서로 사랑에 빠집니다. 둘은 기둥에서 빠져나와 한동안 둘만의 편안한 삶을 즐기게 됩니다. 그러나 줄무늬 애벌레는 꼭대기에 대한 열망으로 둘만의 편안한 삶을 뒤로하고, 노랑 애벌레를 떠나 다시 애벌레 기둥에 도전하게 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치열한 경쟁을 뚫고 꼭대기 근처에 다다릅니다. 그러나 거기서 줄무늬 애벌레는 엄청난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기대했었던 꼭대기에는 아무 것도 없었고, 그 사실을 모두가 쉬쉬하며 숨겨왔다는 것과 세상에는 자기가 올라왔던 기둥과 비슷한 기둥들이 수없이 많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 때 나비가 된 노랑애벌레가 줄무늬 애벌레를 찾아오게 되고, 노랑 애벌레의 안내를 받아, 줄무늬 애벌레도 기둥에서 내려와 나무에 고치를 만들고, 죽음의 시간을 거친 후, 호랑나비로 변하게 됩니다. 그리고 나비가 된 이들은 기둥에 붙어 의미없는 치열한 경쟁으로 생을 허비하는 다른 벌레들의 안내자가 되고, 이들의 안내를 받아 변신한 수많은 나비들은 하늘에 속하여 온 세상 ‘꽃들에게 희망을’ 주는 복된 존재가 됩니다.
애벌레는 애벌레 자신의 몸집을 불리거나, 혹은 남보다 더 높이, 더 멀리, 더 빠르게 성공하기 위함이 아니라, 온 세상 ‘꽃들에게 희망을’ 주는 존재로 창조되었습니다. 그리고 꽃들에게 희망을 주는 존재가 되려면, 땅에 속한 애벌레의 탈을 벗고, 하늘에 속한 나비의 형상을 입어야 합니다. 남보다 뛰어난 존재가 되고자 하는 세속적인 욕망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을 감당하려는 하늘 희망으로 살아야 합니다.
오늘은 12월 27일, 2015년의 마지막 송년주일입니다. 무엇을 이루기 위해 여러분은 2015년을 살아왔나요? 우리는 다가오는 2016년 새해, 어떤 희망을 품고 살아야 할까요? 이 땅에 속하여, 남보다 더 뛰어난 애벌레가 되는 것은 결국 ‘꼭대기에 선 애벌레처럼 아무 것도 없는 허무한 인생을 거두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옛 사람에 대해 죽고, 내 안에 있는 그리스도가 살아, 하나님의 자녀로서 온 세상 모든 죽어가는 것들에 ‘희망을 주는 사명’을 깨닫는다면, 어쩌면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보람찬 인생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2016년 하늘에 속하여 ‘온 세상에 희망을’ 주는 일에 존귀하게 쓰임받는 저와 여러분들이 다 되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샬롬. 2015.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