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한 동안 시골에 살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우물물도 없었고, 전등
불도 없어 호롱불 키고 살았던 그 곳은 늘 깜깜했습니다. 겨울이 되면,
가로등 하나 없는 동네 길은 더욱 깜깜했습니다. 춥고 쉬 깜깜해지는
겨울에, 아이들은 집에 갇혀 있기 일수였습니다. 그런데, 그 추운 겨울, 크리스마스 계절
이 되면, 그 동네에 딱 하나뿐인 언덕위의 교회로 아이들이 모여들었습니다. 그 교회당은
깜깜한 마을에서 늘 가장 밝았고, 구슬픈 노래밖에 부르지 않는 세상에서, 늘 밝은
장조의 노래가 불려지는 곳이었습니다. 부모에게도 제대로 사랑받지 못하는 아이들
은, 그 교회당에서 “Jesus loves me this I know…, 예수 사랑하심은…, 날 사랑하심 날
사랑하심, 성경에 써 있네.” 노래하면서 하나님이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온 몸으
로 배우며, 부족한 사랑을 풍성히 채웠습니다. 교회에서 아이들은, 성경을 배웠고, 찬양을
배웠고, 기도를 배웠고, 연극도 배웠고, 삶의 지혜를 배웠고, 꿈꿀 수 있게 되었고, 꿈을
이루게도 되었습니다. 언덕위의 교회당은, 어둔 세상의 빛이었고, 아이들에겐 사랑이
었고, 어떤 의미에서는 절망적인 세상의 희망이었습니다. 각자 집에 부모와 형제가
있었지만, 교회당에서 만나는 성도들은 또 다른 의미에서 가족이었고, 그곳에서 부
르는 하나님은 고아아닌 고아 같은 아이들에게 진정한 사랑의 아버지였습니다. 우리
는 그 때, 교회당을 예배당 혹은 거룩한 장소라는 의미에서, 성전으로 불렀습니다.
그 이후, 한국 교회는 엄청난 부흥을 거듭했습니다. 교회당 규모도 점점 커졌습니다.
어릴 때, 제가 경험했던 언덕위의 교회당과는 비교할 수 없이 크고 화려해졌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크고 화려한 성전에 오래 머무는 것 같지 않습니다. 교회당의
외형은 훨씬 더 세련되고 좋아졌는데, 사람들은 예전처럼 교회당에서 빛과 희망과
사랑을 발견하지 못하는 듯싶습니다. 특히 이제, 코로나 팬데믹 상황속에서 교회당
에서 함께 모이는 대면 모임이 크게 제한되고 온라인 예배가 드려지면서 물리적인
교회당의 의미는 더욱 퇴색하는 듯싶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성전을 ‘내 아버
지 집’이라고 표현하셨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에 따르면, 성전 혹은 교회당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우리 하늘 아버지의 집입니다. 교회당은 삼위일체 하나님의 임재가
있는 곳이요, 삼위일체 하나님이 주인된 장소입니다. 이 사실을 알고, 신앙생활을 하
는 것과 애써 이 사실을 부정하고 신앙생활을 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를 가져옵니다.
성전을 내 아버지 집, 우리 하늘 아버지의 사랑과 은혜, 그리고 생명과 구원 역사가
선포되고, 성 삼위일체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시는 장소라고 생각하면, 무엇보
다 성전을 사모하게 됩니다. ‘사람이 내게 말하기를 여호와의 집에 올라가자 할 때
에 내가 기뻐하였도다’라고 고백한 시편의 말씀처럼, 성전에 올라가자는 말만 들어
도 기쁘고 설레는 마음이 될 것입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교회당 모임이 어려워졌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서 성도
님들은 점점 온라인 예배에 익숙해지는 느낌입니다. 이 와중에 성급하게 교회당 예
배의 불필요함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는 듯싶습니다. 그러나, 저는 저와 여러분들
에게 성전이 예수님 말씀처럼 우리가 마음을 다해 사모하는 내 아버지, 우리 아버지
집이 되기를 바랍니다. 코로나로 아무리 어려워도, 일주일에 적어도 한 번 이상은 아
버지 집에 나와 주님의 임재가운데 기도하며 주님을 찾는 우리 모두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 하늘 아버지 집에서 주님의 말씀을 듣고, 또한 주님께 기도드려, 우리
하늘 아버지밖에 주실 수 없는 놀라운 구원의 은총을 범사에 풍성히 누리는 우리 모
두 되기를 소원합니다. 샬롬. 2021.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