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때 처음 두 발 자전거타기를 배웠습니다. 두 발 자전거는 세발 자전거와 달랐습니다. 세발 자전거는 넘어지지 않았지만, 두 발 자전거는 가만히 세워두면 넘어졌습니다. 그런데 사람이 올라타서, 자전거 바퀴를 앞으로 굴리면 넘어지지 않고 전진할 수 있었습니다. 멈추어 서면 넘어지고, 페달을 밟아 앞으로 움직이면 쓰러지지 않는 것입니다. 어쩌면 인생은 자전거타기를 닮아 있습니다. 여러가지 일들로 바쁘게 움직일 때는 대체로 건강하고, 생명이 충만하지만, 할 일이 없어 점점 움직임이 약해지면 비틀거리게 되고 멈추게 되면 쓰러지게 됩니다. 옛 어른들의 말씀에, ‘일복이 터졌다’는 말이 있습니다. 여기서, ‘일복’ –‘일이 복’이라는 표현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사실, 일은 복이라고 생각하기 힘든 개념입니다. 사람들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남이 해 준 밥이나 받아 먹고 살 수 있다면 ‘참~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일이 복이라니요? 그래서, 저는 ‘일복’에 대해서, 아마도 사람들이 과도한 일에 불평과 짜증을 낼까봐 일을 복으로 생각하고 일하면, 그나마 마음이라도 편하지 않을까 해서 옛 분들이 지어낸 말이 아닐까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일은 사람에게 어떤 의미에서 정말 ‘복’이었습니다.
어떤 남자분이 은퇴후에도 계속해서 일하셨습니다. 연로하신 아버님이 계속 힘들게 보이는 일을 땀흘려 일하시는 모습이 안되 보여서, 장성한 자녀들이 극구 말렸습니다. 아버님, 돈이 필요하면 저희가 드리겠습니다. 이제 그만 일하시고, 집에서 그냥 쉬시면서, 맘 편히 사시면 좋겠습니다. 자식들의 효성어린 말에 아버지는 일을 그만 내려놓으셨습니다. 별로 할 일이 없어지신 아버지는 아침에 일어나서, 식사하시고, TV앞 소파에 앉아 신문 보시는 일이 전부이셨습니다. 그렇게 한 6개월쯤 지났을 무렵, 한 자녀가 출근길에 우연히 TV 앞 소파에 앉아 계신 아버님께 ‘다녀오겠습니다’ 인사하면서, 그날따라 조금 이상한 기미가 느껴져서 자세히 보니, 아버지가 신문을 거꾸로 들고 계신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일을 그만 두신 지 6개월만에 아버님께 그 무서운 치매 증세가 발병한 것입니다. 아버지가 일을 그만 두셨기 때문에 치매가 발생했다고 말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습니다. 일을 그만 둔 모든 사람에게 치매가 발생하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치매가 주로 일을 그만 둔 노인들에게 생기는 질병임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일은 그냥 하기 싫은 노동이 아닙니다. 사실, 일이란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할 때, 생깁니다. 일이란 때로 내가 이 땅에 살아 있어야 할 이유가 되고, 나를 쓸모있는 존재가 되게 합니다. 일을 한다는 것은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하는데에 쓰임받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일이 없다면, 그 인생도 의미를 함께 잃게 되는 것입니다.
두바퀴 자전거가 멈추면 쓰러지는 것처럼, 일이 멈추어진 인생도 힘없이 쓰러지게 됩니다. 생각해 보면, 일은 정말로 ‘복’입니다. 일은 세상 일만 있는게 아닙니다. 가정 일, 주의 일도 있습니다. 오늘은 사역박람회 주일입니다. 저희 교회는 해마다 10월달에, 전 교우님들을 대상으로 ‘무슨 일에든 주님의 몸된 교회를 위해 쓰임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있습니다. 누가 일을 하라고 해서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무슨 일이든 내가 직접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고 기쁘게 일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저는 여러분 모두 이 기회를 놓치지 않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러므로 주님앞에 설 때까지, 늘 일할 수 있는 축복을 누리시는 저와 여러분들이 다 되시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샬롬. 2017.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