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자신을 위한 길
The only way to do yourself a favor

언젠가 우연히 천주교 신부로 대중에게 인기있는 강사분의 강연을 듣게 되었는데, 그분은 자식에게 재산을 유산으로 남기는 것이 전통인 한국에서, 오늘날에는 사람들이 모두 오래 살기 때문에 자식들에게 재산을 너무 일찍 나누어 주게 되면, 정말 서럽고 고통스러운 노년을 보낼 수 있다고 이야기하셨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왕도 평균 수명이 고작 46세밖에 되지 않았고, 1970년대만 해도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61.9세여서 옛날에는 60세만 넘겨도 오래 산 것이 되어, 환갑잔치를 성대하게 열었습니다. 그리고 환갑 잔치 후, 몇 년 자식들이 효도하면 부모님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 1970년대까지만 해도 부모님이 60이 넘으시면, 자녀들에게 모든 재산을 물려주고, 마지막 남은 짧은 인생을 자녀들과 함께 보내시다가 소천하셨습니다.

 

그런데, 경제 발전과 함께 수 십년 사이에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획기적으로 늘어서, 지금 50대인 분은 앞으로 100살까지 살고, 지금 40대인 분은 110살까지 살 수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오래 살게 되니, 부모님이 60이 넘어서 너무 일찍 자녀들에게 재산을 다 나누어 주게 되면 남은 30년 혹은 40년 인생에 큰 어려움을 당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대한민국에 현재 약 650만명의 노인들이 있는데, 그 중에 150만명이 독거 노인이라고 합니다. 오래 사는 부모님을 기쁨으로 모시려는 자녀들이 많지 않고, 특히 돈 없는 연로하신 부모님은 자녀들에게 외면당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래서, 인기 강사인 그 천주교 신부님은 노년을 행복하게 살려면 무엇보다도 자식들에게 재산을 주지 말고 죽을 때까지 자신을 위해서 ‘여행도 가고, 맛있는 것도 사먹고, 선한 일도 하면서,’ 가진 재물을 자기를 위해 다 사용하며 행복하게 살라고 권면합니다.  이 신부님의 강연에 대개가 중년과 노년층인 청중들은 ‘모두 맞는 말씀이라’고 박수치며 큰 호응을 보입니다. 일견, 이 세대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그 대책을 적절하게 말씀해 주시는 강연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세태가 조금 슬프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성경은 늘 이기적 욕심으로 살지말고, 이타적인 섬김의 삶을 살라고 말씀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모든 삶의 동기가 중요한데, 코로나 시대에 마스크를 쓰면서, 우리는 마스크를 쓰는 행위는 같더라도, 그 마스크를 나를 위해서 쓰는지, 아니면 남을 배려해서 쓰는지 그 마음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100세 시대에, 자식에게 재물을 주지 않는 이유가 만약 ‘내가 먹고 싶은 것 맘대로 먹고,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맘대로 여행하고, 남은 인생 나만의 행복을 위해 살겠다’는 마음이라면, 그 마음을 성경의 가르침과 일치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100세 시대에 자식에게 돈을 물려주지 않는 이유가,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기 위함’이 아니라, ‘다른 이들과 진정 자식을 위함’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재산의 99퍼센트를 기부하겠다고 공언하는 미국의 기부왕들은 대부분 자식들에게 재산을 물려주지 않습니다. 그건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 사람들을 위해서, 그리고 놀랍게도 자녀들을 위해서입니다. 성경은 ‘부모를 공경하라’는 주의 명령이 이 땅에서 자녀들이 잘되고 건강 장수하는 축복을 얻는 약속있는 계명’이라고 말씀했습니다.  그러므로 자녀들이 정말 잘되기를 원한다면, 아무리 부모가 돈이 많아도 부모가 자녀에게 돈을 주는 것이 아니라, 자녀가 부모를 물질로 섬기는 것을 가르쳐야 합니다.

 

예수님은 늘 죽을 수밖에 없는 죄인들을 위해서 스스로 종의 형체를 입으시고 십자가에 죽기까지 죄인들을 섬기는 삶을 사셨습니다.  다른 이를 섬기는 삶으로 세상을 구원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남의 유익을 위해 살았던 예수님을 하늘 아버지께서는 만유위에 높여 예수님께 뛰어난 이름을 주셨습니다. 예수님은 남을 위해 사는 삶이, 남을 살릴 뿐만이 아니라, 진정 자신을 위한 길을 삶으로 보여 주셨습니다.  그러므로 주님이 이 땅에 오심을 기념하는 성탄절기인 요즘, 더욱 주님을 본받아, 섬김에 으뜸이 되는 삶으로 개인과 가정과 세상을 복되게 하는데 쓰임받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소원합니다. 샬롬.

2024.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