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철살인
Power of a word

중국어 사자성어에 ‘촌철살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원래는 많은 무기로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남자의 손가락 한 마디에 해당하는 한 촌도 안되는 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촌철살인은 많은 말이 아니라, 한마디 말로 사람의 마음에 큰 감동을 주거나, 상대방의 허를 찔러 당황하게 할 때에 쓰는 단어입니다. ‘세바시-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라는 강연 프로가 있습니다. 각 분야의 저명인사와 괄목할 만한 업적을 이룬 사람들이 세바시 강사로 초청을 받습니다.

 

언젠가 세바시에서 김창옥 강사의 감동적인 강의를 듣게 되었습니다. 김창옥님은 한동안 유머강사로 많은 인기를 끌 때에 갑자기 심각한 우울증이 찾아와서 삶의 의욕을 잃어버렸을 때, 90세가 넘은 노 신부님을 통해서, 프랑스의 한 수도원을 소개받게 됩니다. 프랑스 수도원에 들어갔더니, 수도원 지도 신부님은 모인 수도생들에게 아침에 산책을 하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걸어라’라고 말하지 않고 ‘몸으로 땅을 만나보고, 마음이 편안해지면, 기도하고 싶은 사람은 기도를 하고, 자기랑 대화를 하고 싶은 사람은 대화를 하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기도를 하건 자기와 대화를 하건, 첫째 거짓말을 해서는 안되고, 둘째로 짧은 문장으로 하라고 알려 주었습니다.  신부님의 말에 따라서, 침묵하며 산책하면서 약 일주일쯤 지났을 무렵 포도밭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는데, 자기 마음속 누군가가 명확하게 말을 했습니다. 그 소리는, ‘그래, 여기까지 잘 왔다.’였습니다. 김창옥 강사는 그 동안 수없이 많은 말을 듣고, 말하면서 살아왔는데, 그래, 여기까지 잘 왔다.라는 불과 다섯 마디도 채 되지 않는 이 짧은 말에 그만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르 흐르면서 약 30분간을 그렇게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놀랍게도 심각한 우울증에서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많은 말을 듣고 배운다고, 삶과 인격이 변하고, 우울증에 걸린 사람이 고침을 받고, 죽을 수밖에 없는 영혼들이 구원을 얻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 여기까지 잘 왔다’는 불과 다섯 마디도 안되는 ‘촌철살인’의 말로 얼마든지, 사람의 마음에 큰 위로와 감동을 주고, 그 사람의 영혼을 구원할 수도 있습니다.  성경은 ‘깨달은 마음으로 다섯 마디 말을 하는 것이 일만 마디 방언으로 말하는 것보다 나으니라’(고전 14:19)고 말씀했습니다.

 

이제는 유명강사가 된 김창옥님은 기독교인입니다. 그분이 무척 유명해진 이유는, 그분이 단순히 웃기는 말을 잘해서가 아니라, 웃음속에 깨달은 마음에서 나오는 촌철살인 같은 말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 여기까지 잘 왔다.’  그 다섯 마디도 안되는 말이, 김창옥님 자신과 그 말을 듣는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치유하고 새롭게 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분에 인용한 다른 ‘촌철살인’같은 글이 있습니다.  그분이 어느 순댓국집에서 밥을 먹다가 우연히 벽에 걸린 글을 보고 감동을 받았던 내용입니다. 구름은 바람없이 움직일 수 없고, 사람은 사랑없이 움직일 수 없다.는 글입니다.  아무리 천사의 말을 하고, 엄청난 지혜와 지식이 담긴 말을 한다고 해도, 사랑이 없으면 사람은 그 누구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사랑이 없으면 아무도 변하지 않고, 돌이키지 않습니다. 님이란 글짜에 점하나 찍으면 남이 된다고, 부부관계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사랑이 없으면 늘 옳고 그름을 따지다가 서로 크게 다투고 나뉘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랑으로 말하고 사랑으로 위로하고 사랑으로 권면하고 사랑으로 전하면, 사람은 반드시 움직입니다.  달라집니다.  새로워집니다. 서로 하나되고 화평을 누리게 됩니다.  구원을 받습니다.  그러므로 부부 혹은 부모 자식간에, 또한 형제와 이웃, 교우간에 갈등을 빚을 때에도, 시시비비를 가리기 전에 언제나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은 내가 상대방을 사랑하느냐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촌철살인의 말은, 언제나 ‘사랑이 담긴 말’입니다.  늘 사랑으로 입을 열어, 언제 어디서나 사람을 살리는 말로, 서로 화평을 누리며 많은 심령을 위로하고 구원하는데 쓰임받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소원합니다. 샬롬.  2024.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