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이스라엘 성지순례 기간중에, ‘통곡의 벽’에 가서 기도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남성과 여성이 들어가는 곳이 달랐는데, 남성 출입구에는 1
회용 키파가 놓여 있었습니다. 키파는 테두리없는 모자인데, 히브리어
‘카파라’ – 속죄와 연관이 있는 단어라고 합니다. 그래서 상징적으로 키파를 쓰는 것
은 ‘나는 속죄로 덧입혀졌습니다.’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키파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키파는 유대인들이 일상 생활에서 주로 사용하는 언어인 이디쉬어로 ‘야
르물케’인데, 이 말은 ‘하나님을 경외한다’는 뜻입니다. 유대인의 탈무드에는 ‘하늘에
대한 경외가 너희 위에 임재할 수 있도록 너희 머리를 가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
러므로 키파는 ‘하나님을 경외한다’는 표시로 머리를 가릴 때 사용하는 챙없는 모자
입니다. 정통 유대주의 남성들은, 항상 키파를 쓰고 다닙니다. 일반 유대인들은 예
배를 드리거나 기도하는 동안에만 씁니다. 통곡의 벽앞에서, 머리에 키파를 쓰고 기
도하는 일은 제게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내 인생은 주님의 것입니다.’라고
고백하며, 나를 낮추어 겸손히, 내 삶을 주관하시는 분이 하나님이심을 온 몸으로 인
정하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성경은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 (잠 9:10절)이라고 말씀합니다. ‘하나
님을 경외한다’는 의미는 주님을 무서워하라 (terror) 말이 아니라, 삶의 모든 영역에
서 하나님의 절대 주권을 인정하는 가운데, 하나님을 전적으로 믿고 의지하며 순종
하는 삶의 자세를 뜻합니다. 여호와를 경외하라는 뜻은, 잠언 3장 6절, ‘너는 범사에
그를 인정하라. 그리하면 네 길을 지도하시리라’는 말씀처럼, 범사에 하나님의 존재
와 주권을 인정하고 그분을 의지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
은, 자신의 지혜와 능력을 의지하거나, 자랑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
은, 자기가 아무리 멋진 계획을 세운다고 할지라도, 그 발걸음을 인도하시는 분은 하
나님이시라고 고백합니다. 그래서, 늘 범사에, 하나님의 지혜를 구하며, 겸손히 자신
을 낮추어, 그분께 삶을 의탁하며 살아갑니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의 반대말은 거만입니다. 거만한 사람은, 자신의 힘과 능력을
믿고, 스스로의 힘으로 역사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
습니다. 범사에 하나님을 부인하고, 자기 스스로를 높여, 하나님 자리에 기꺼이 오르
려고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의 길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을 경외하면서
살든지, 아니면 스스로 하나님 자리에 올라 거만하게 살던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
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크게 다릅니다. 성경에 보면, 이 세상에서 절대 권력자의 위
치에 올랐으나, 하나님을 경외하지 않고, 거만하게 행하다가 홀로 곤욕을 치르거나
죽은 사람들이 수없이 등장합니다. 거대한 바벨론 제국을 이루었던, 느부갓네살은
자신의 위대한 왕국을 보면서, 거만하게 스스로를 높여 자랑하다가, 한 순간에 총명
을 잃어버리고 짐승처럼 살다가 구사일생으로 다시 총명을 회복하여, 하나님께 영광
을돌립니다. 사도행전 12장에 보면, 헤롯 아그립바 1세가 백성들의 인기에 취해서,
영광을 하나님께 돌리지 않다가 벌레에게 먹혀 죽임을 당했다는 기록이 나옵니다.
그러므로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요, 그분을 아는 것이 명철입니다.
범사에 하나님을 인정하는 것이, 생명의 길이요, 복된 길입니다. 머리에 키파를 쓰듯
이, 늘 겸손히 자신을 낮추어, 범사에 주님을 인정하고, 주님을 경외함으로 주님의 인
도하심을 받아, 은혜와 평강과 축복이 넘치는 생명 길 걷는 우리 모두 되기를 소원
합니다. 기도합니다. 2021.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