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부터 계약결혼이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한국인의 정서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말이지만, 부부가 결혼하기 전에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혼전 계약서를 만들어 사인하고 결혼하는 것입니다. 할리우드 최고의 커플로 불리는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가 대표적입니다.
두 사람은 결혼할 당시에, 이혼시 3천억원 규모의 재산을 어떻게 나눌지를 정한 혼전 계약서를 작성했습니다. 서로에 대한 희생적 사랑과 믿음을 전제로 한 결혼식을 앞두고 혼전 계약서에 사인하는 심정이 어떨까 궁금합니다만, 혼전 계약서는 이혼이 뜻하지않게 다반사로 벌어지는 현 세대에서는 오히려 현명한 결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부부간의 계약서뿐만이 아니라, 부모와 자식간에도 계약서가 필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몇 일전 신문에 실린 기사 내용입니다. 80대 할머니가 변호사 사무실을 찾았습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여윈 뺨 위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립니다. 한참을 주저하다 어렵게 말을 꺼내셨습니다. ‘아들하고 재판을 해야겠는데….’ 깊은 한숨끝에 서글픈 사연이 쏟아져 나옵니다. 젊어서 남편을 여읜 할머니는 아들을 어렵게 공부시켜 서울대에 보냈습니다.
애지중지 키운 아들이 결혼할 때에도 큰 돈을 지원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아들 사업이 기울면서 시작됐습니다. 아들이 하소연을 하자, 전 재산 10억원을 아들에게 줘 버린 것입니다. 그런데 그 때부터 아들의 태도가 바뀌었습니다. 어머니를 찾아오지도 않고, 생활비도 보내지 않았습니다. 하도 억울해 아들 상대로 재산을 다시 돌려달라는 소송을 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무상 증여한 재산을 돌려받기는 어렵습니다. 법적으로 ‘이미 자녀에게 증여가 이행된 경우에는 다시 되돌릴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부모가 자녀의 막연한 효도 약속을 믿고 재산을 증여한 경우 자녀가 그 약속을 지키지 않더라도 증여가 모두 이행된 이후라면 해제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해서 자녀에게 재산을 모두 빼앗기고, 쫒겨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이런 재앙을 면하기 위해서는 자녀에게 무상 증여가 아닌, ‘효도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합니다. 효도 계약서는 ‘부모는 아들에게 부동산을 증여하고, 아들은 부동산을 증여받은 후 부모에게 매월 생활비로 일정 액수를 지급한다.
그리고 아들은 부모를 매월 몇 회를 방문한다. 아들은 자녀의 도리로서 부모님께 효도한다. 만약 아들이 위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증여받은 부동산을 부모에게 반환한다’는 내용이라고 합니다.
원래 부부와 부모 자식관계로 이루어진 가정은 사랑과 믿음으로 세워지는 아름다운 공동체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서로에 대한 불신으로 법적인 계약서가 난무하는 조심스런 관계가 되었습니다. 한국사회의 노인 우울증과 자살률이 세계 1위라고 합니다. 자녀에게 모든 것을 주고, 버림받은 그 후유증을 감당키 어려운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입니다.
오늘은 어버이주일입니다. 성경은 “누구든지 자기 친족 특히 자기 가족을 돌아보지 아니하면 믿음을 배반한 자요 불신자보다 더 악한 자니라”(딤전 5:8)고 말씀했습니다. 예수 신앙은, 가정에서부터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증명됩니다. 계약서보다도 더 중요한, 하나님의 말씀위에 우리 모두의 가정이 사랑과 믿음으로 세워지는 천국 공동체가 되기를 소원합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