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이맘 때, 무일푼으로 시작해 과일 장사로 모은 전 재산 400억을 기부해서 화제가 된 노부부가 있었습니다. 이 부부는 평생, 돈을 모으며 살았습니다. 전차 요금이 아까워 걸어다니고, 장사 후에는 식당일을 하며 끼니를 해결했습니다. 그렇게 안 먹고, 안 입고, 안자고, 열심히 일해서 여러 채 건물을 소유한 400억 부자가 되었습니다. 이제 어렵게 번 돈으로, 남은 인생동안 그 많은 돈을 펑펑 쓰면서 살거나 혹은 자식들에게 주면 될텐데, 이 부부는 평생 어렵사리 모은 전 재산을 학생들을 교육하는 대학에 기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아무나 하기 힘든 기부를, 그것도 전 재산 기부를 어떻게 이 노인들이 할 수 있는지, 기자가 찾아가 ‘기부하실 생각은 어떻게 하신 건지’ 여쭈었습니다. 그러자 노부부의 답이 대략 이렇습니다. ‘처음엔 노후대책을 위해 돈을 모았는데, 그 다음엔 ‘자식들에게 필요한 것을 해 주고 남는 것은 기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나중엔, ‘나 죽으면 전부 기부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은퇴 후 연로한 남편이 아픈데다 뇌경색으로 잘 걷지도, 말도 못하게 되면서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내도 나이가 들며 몸이 많이 아픈데, 유방암 진단받고, 항암 치료를 하면서, 기부는 그나마 정신이 있을 때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두 노부부가 서로 상의하여 결단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간단히 400억 기부의 동기는, ‘인생의 종말, 죽음’이었습니다. 사람은, 죽음을 앞에 두면, 생각이 단순명료해집니다. 말과 행동이 변하게 됩니다. 지혜로워집니다.
해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생각나는 소설이 있습니다. 찰스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입니다. 줄거리는 대략, 평생 남에게 나눔이나 친절을 베풀 줄 모르고, 매사 인색하고 야박하기로 소문난, 천하의 구두쇠 스크루지 영감이, 꿈속에서 자신이 가장 쓸쓸하고 비참하게 죽음을 맞이하게 될 미래를 알게 되면서, 깨어난 후, 사람이 완전히 변한다는 내용입니다. 자신의 종말을 보게 된 스크루지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그간 아껴 두기만 했던 많은 액수의 돈을 흔쾌히 기부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을 베풀고, 어렵게 사는 종업원의 월급도 올려줍니다. 죽음을 맞닥뜨리고 난 후에, 스크루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됩니다. 사람은 죽음을 앞에 두면 생각이 단순명료해집니다. 말과 행동이 달라집니다. 지혜로워집니다. 학자들의 말에 따르면,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헌혈 같은 이타적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더 크고,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지닐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합니다. 또 죽음을 생각하면 스트레스를 받을 거라는 일반적인 생각과는 다르게, 죽음을 상기하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스트레스가 적을수록 더 건강하게 오래 산다.”고도 합니다.
늘 주님 다시 오시는 그 마지막 순간을 기다리며 고대하는 신앙을 가리켜 종말론적 신앙이라고 말합니다. 죽음, 종말, 마지막을 생각하는 사람은, 오늘을 오히려 충실하게 잘 살게 됩니다. 오늘, 헌혈같은 이타적인 행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고, 오늘,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게 됩니다. 그리고 오늘 해야 할 중요한 일들을 내일로 미루지 않고, 오늘, 소중한 일들을 먼저 행하는 지혜로운 삶을 살게 됩니다. 또한 늘 주님 만나는 그 혼인잔치의 날을 기다리며 살기에, 현세의 많은 일들로 인해 스트레스 받는 일이 적고, 오늘을,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습니다. 이제, 2021년도 12월 한 달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엊그제 새해였던 것같은데, 벌써 마지막입니다. 우리네 인생도 그렇게 갑자기 종말을 맞이하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늘 언제든 주님 맞을 준비하는 건강한 종말론적 신앙으로, 오늘을, 충성스럽고 슬기롭고 행복하게 사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소원합니다. 샬롬. 2021.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