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전쟁에서 사망한 군인들에 대한 예우가 남다른 나라입니다. 아무리 이름없는 병사라도, 최고의 존경심을 담아, 나라를 위해 희생한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그 슬픔을 대통령을 위시해서 온 국민이 명예롭게 지켜줍니다. 그 과정이 참으로 진정성 있게 진행됩니다. 일단, 군인이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으면, 가장 빠른 시간에 유가족에게 그 사실이 전달됩니다. 그리고 어떻게 든 시신을 수습해서, 시신 운구에서부터 장례까지 모두 나라에서 책임을 집니다. 전사자 보상금도 적지 않습니다. 약 50만불이 일시불로 지급되고, 전사자 가족들에 대한 의료 혜택 및 학비 지원도 이루어집니다. 만약 미군 사망자가 20년 이상 복무한 경우에는 배우자는 평생 연금도 받게 됩니다. 특히 미국은, 미군의 유해를 세상 끝까지 추적해서 찾아오는 일로 유명합니다. 이 일을 위해 미국 국방부내에 전담 부서가 있어서, 미국이 연루된 모든 전쟁에서 사망한 전사자들의 유해를 찾아 유가족에게 돌려줍니다.
작년 이맘 때쯤, 그렇게 신원이 확인된 한 구의 미군 유해가,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이 시신에 대한 미국인의 태도가 조금 달랐습니다. 이 미군은 오래 전 사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후에 한국과 미국에서 모두 최고훈장, 태극무공훈장과 명예훈장을 받은 전쟁 영웅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사실은, 한국과 미국에서 모두 최고의 훈장을 받은 이 분이 군인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 시신의 주인공은, 한국전쟁에서 숨진 미 육군 군종 사제, 에밀 카폰 신부입니다. 카폰 신부는, 한국 전쟁중 중공군 포로 수용소에 끌려간 뒤 학대와 고문속에서도 동료 병사들을 헌신적으로 돌보고 인류애를 실천하다 사망하여, ‘한국전쟁의 예수’라고 불리며 추앙을 받으신 분입니다. 카폰 신부는, 한국전쟁이 터지고, 한 달이 되지 않았을 무렵에 한국 땅을 밟았습니다. 인천 상륙 작전 성공으로 평양을 탈환하고 북진하는 유엔군과 함께 부상자를 구하고 전사자를 위해 임종 기도를 했으며, 다친 적군까지도 돌봐 주었습니다. 중공군에 의해 퇴각 명령이 떨어졌을 때에도, 낙오된 병사들을 돌보기 위해 전선에 남았다가 중공군 포로로 끌려갔습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사망자가 쏟아져 나오는 수용소에서 미군을 돌보던 그는 중공군의 사상 교육에는 단호히 맞서다 심한 구타와 학대에 시달린 끝에, 1951년 수용소에서 부활절 예배를 집례한 후에 숨을 거두었습니다. 이런 그의 행적이, 당시 그와 함께 했던 미군들의 증언을 통해 전해지게 되고, 2013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그에게 미군 최고 훈장인 ‘명예 훈장’을 수여하면서, 자연히 카폰 신부는 전 미국 사회의 조명을 받았습니다. 그 후 8년이 지난 작년 7월에는 한국에서 한국군 최고 훈장인, 태극 무공훈장 수훈자로 결정이 되어, 청와대에서 문재인 전대통령에게 그 유가족이 대신, 훈장을 받았습니다. 카폰 신부는 총들고 싸운 전투병이 아닌 군종 사제의 신분으로, 한 미 양국에서 최고 무공 훈장을 받은 전례 없는 기록을 세운 것입니다.
70년전에 전쟁터에서 예수 이름으로 행한 착한 일들로 인해, 자신이 죽은 지 70년이 지난 다음에도, 그의 이름이 ‘한국전쟁의 예수’로 높임을 받으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예수 복음이 능력있게 전해지게 될 줄은 아마 카폰 신부 자신도 꿈에도 몰랐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늘 그리스도인들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며, 주님께 나오게 됩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게 착한 행실은 구원의 조건은 분명 아니지만, ‘열매를 보고 그 사람을 안다’고 예수 믿는 자에게 착한 행실은 참된 믿음의 열매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착한 행실을 통해 이웃 사랑을 실천하고, 하나님을 영화롭게 합니다. 그런 착한 행실과 더불어, 누군가 왜 그런 일을 하느냐고 물어보게 되면, 그 때 전하는 것이 예수 복음입니다. 늘 예수 닮은 삶과 인격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온 몸으로 전하여, 많은 영혼을 주님앞으로 인도하는데 존귀하게 쓰임 받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소원합니다. 샬롬. 2022.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