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시인 푸시킨이 지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라는 시는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아 온 시중의 하나입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슬픈 날을 참고 견디면/기쁜 날이 오고야 말리니//마음은 미래에 살고/현재는 우울한 것/모든 것은 순간에 지나가고/지나간 것은 다시 그리워지나니….” 인생을 잘 사는 비결중의 하나는, 위기 관리에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좋을 때도 물론 겸손하게 자세를 낮추며 조심해야 하지만, 모든 것이 내 생각대로 잘 되지 않을 때, 잘 참고 견디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환란과 고통을 잘 참고 견디게 하는 힘은, ‘슬픈 날을 잘 참고 견디면, 기쁜 날이 반드시 오고야 말리라’는 소망에 있습니다. 신약 성경에 나오는 많은 성도들이, 신앙으로 인해 핍박을 받을 때, 기꺼이 그 모든 박해를 기쁨으로 감당했던 까닭은, 그들이 당하는 ‘현재의 고난이 장차 하나님께서 주의 백성들에게 주실 영광과 족히 비교할 수 없다’는 소망을 품고 살았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가 겪는 슬픔과 고통의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소망이, 때로 현재의 나를 일으켜 세우고 주변에 감동을 주어,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되기도 합니다.
시인 푸시킨에 관한 매우 흥미로운 일화가 하나 있습니다. 푸시킨이 어느 날 모스크바 광장을 걸어가다 한 맹인 걸인을 만나게 됩니다. 그는 한 겨울인데도, 누더기를 걸치고, 벌벌 떨면서, ‘한 푼 줍쇼’라고 구걸하였는데, 사실 모스크바 광장에는 행인들에게 구걸하는 걸인들이 적지 않아서, 아무도 이 맹인 걸인을 주목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남에게 구걸하는 처지인데다가 앞도 보지 못하는 그의 모습이 너무 불쌍해서, 푸시킨이 그 맹인 걸인에게 종이에 글을 하나 써 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종이를 몸에 붙이고 있으면 좋은 일이 있을 겁니다.’ 푸시킨의 말대로 맹인 걸인이 그 종이를 붙이고 구걸을 했더니, 굳이 입을 열어, ‘한 푼 달라’고 소리지르지 않았는데도, 놀랍게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적선을 베풀어 주었습니다. 도대체 그 종이에 뭐가 쓰여있기에 이런 좋은 일이 벌어지는지 궁금해질 무렵, 마침 푸쉬킨을 다시 마난게 되어 맹인 걸인은 종이에 그가 뭐라고 써 주었는지 물었습니다. 푸시킨은 그 종이에, ‘겨울이 왔으니, 봄도 멀지 않으리’라고 썼다고 했습니다. 모스크바의 추운 겨울, 길가던 사람들은 굶주림과 추위에 지친 한 맹인 걸인이 춥고도 괴로운 환경속에서도 ‘겨울이 왔으니, 봄도 멀지 않으리’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모습에 오히려 큰 위로와 감동을 받아 그 희망찬 모습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그를 후원한 것입니다.
오랫동안 선교사님들을 모시고, 선교보고를 들으면서 깨달은 한가지 사실이 있습니다. 말과 문화가 다른, 이방 나라 선교지에서, 때로 복음에 전혀 호의적이지 않은 나라에서, 예수 복음을 전하는 것은 매우 외롭고 위험하고, 고달픈 일일 수 있습니다. 그런 곳에서 일하던 선교사님들이 선교보고를 할 때, 얼마나 자신이 비참하게 고생했는지를 보고하면, 사람들은 함께 고통을 느끼며 괴로워하지만, 오히려 지갑은 잘 열리지 않고 선교 자체를 부담스럽게 생각하고 멀리하게 됩니다. 그러나, 선교지에서 복음을 전하며, 비록 여러가지 환란과 고생을 했지만, 그 속에서도, 주님의 명령에 순종하여 사는 삶의 기쁨과 감사를 방긋 방긋 웃으며 나누게 되면, 듣는 이들은 오히려 큰 감동을 받아 선교에 동참하고픈 마음을 갖고 풍성하게 물질 후원하게 됩니다. 옥중서신 중 하나인 빌립보서에서 선교사 바울은, 감옥 밖에 있는 성도들에게, ‘항상 기뻐하라’고 권면했습니다. 그리고 베드로 사도는 ‘부당하게 고난받아도 하나님을 생각함으로 슬픔을 참고, 선을 행함으로 고난받고 참으면 이는 하나님앞에 아름답다’고 권면했습니다. ‘겨울이 왔으니, 봄도 멀지 않으리’ 슬픈 날을 하나님을 생각함으로 잘 참고 견디면, 반드시 기쁜 날이 오고야 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추운 겨울, ‘삶이 때로는 저와 여러분들을 슬프게 하고, 노엽게 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예수 신앙으로 잘 참고 견디어, 따뜻하고 찬란한 인생의 봄’을 기쁨으로 맞이하시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소원합니다. 샬롬. 2023.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