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신문에서 감동적인 아들의 추모사에 관한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어렸을 적 아들은 깊은 산속에 살았습니다. 학교에 가려면 험준한 고개를 세 개나 넘어야 했습니다. 어느 겨울날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습니다. 그럴 때에는 학교에 가지 못한 학동들이 마을 회관에 모여 신나게 놀았습니다. 그런데 그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학교에 가야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는 엄하신 아버지의 말씀에 순종했습니다. 무릎과 허벅지와 허리까지 닿는 눈을 헤치고 마침내 학교에 당도하니 점심시간이었습니다. 선생님으로부터 오늘은 눈 때문에 오전 수업만 한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는 자신의 발자국을 다시 만났습니다. 그리고 자기가 걸었던 방향으로 나 있는 어른 발자국 한 쌍을 발견합니다. 아버지의 발자국이었습니다.
어느날 어떤 사람이 꿈을 꾸었습니다. 꿈 속에서 그는 해변가를 따라서 걷고 있었습니다. 그때 예수님께서 이 사람을 위하여 그가 살아온 모든 삶의 과정들을 보여주셨습니다. 영화 필름을 돌리듯 그 때까지 살면서 남긴 발자국들이 나타났습니다. 발자국은 꼭꼭 두 개씩 나란히 줄을 지어가고 있었습니다. “예수님, 제 발자국 옆에 또 다른 발자국은 누구의 것이에요?”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얘야 그건 너와 함께 걸었던 나의 발자국이지. 난 너를 떠난 적이 없단다.” 그의 삶의 마지막 장면이 그의 앞에 펼쳐졌을 때, 그는 모래 위에 새겨진 자신의 발자국을 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오직 하나의 발자국 만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는 그때에 그의 삶에서 가장 절망적이고 슬펐던 일들이 일어났었음을 알았습니다. 그는 너무나 이상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예수님께 투덜거리며 원망스런 목소리로 물어보았습니다. “예수님! 제가 예수님을 따르면 항상 저와 함께 하시겠다고 말씀하시지 않으셨어요? 예수님은 언제나 저와 동행하셨어요. 그런데 제 삶의 가장 어려웠던 순간들에는 한사람의 발자국밖에 없음은 어찌된 일이에요? 왜 제가 예수님을 가장 필요로 할 때에 예수님께서는 저를 떠나셨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나의 정말 소중한 아이야! 나는 너를 사랑한단다. 나는 너를, 결코 떠난 적이 없었단다. 네가 고통과 환난 가운데 있을 때에, 모래 위에서 한사람의 발자국만을 본 것은 바로 나의 것이란다. 그것은, 그때 내가 너를 업고 지나갔기 때문이란다.”
오늘은 아버지주일입니다. 아버지의 사랑에 관한 노래를 찾다가 결국은 찾지 못했습니다. 세상은 온통 ‘어머니의 은혜’에 치우쳐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세상 모든 아버지들이 식구들에게 잘못한 일이 참 많은 듯 싶습니다. 그러나 어머니의 사랑이 넓은 사랑이라면, 아버지의 사랑은 깊은 사랑입니다. 어머니의 사랑이 자비롭고 따뜻한 사랑이라면 아버지의 사랑은 ‘가슴 서늘한 엄한 사랑’입니다. 어머니의 사랑으로 인해, 자식들은 원만하게 자라게 되지만, 또한 아버지의 사랑으로 인해, 자식은 참과 거짓을 분별하고, 올곧게 자라게 됩니다. 눈 오는 날 자식을 학교로 보낸 엄한 아버지였지만, 그 뒤에서 늘 아들과 함께 했던 그 아버지의 발자국을 회복하는 이 세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