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서류 미비 신분으로 미국에 사는 분들을 ‘불법 체류자’ 혹은 ‘불체자’라고 불렀던 때가 있었습니다. 불체자란, 불법적으로 미국에 거주하시는 분들이라는 의미입니다. 그 때, 그분들을 위해 교회가 힘이 되어주자고 하자, 나왔던 반론 중의 하나가, “왜 교회가 불법을 저지른 사람들을 옹호하는가”였습니다. 사실, 민주 사회에서, 공공의 질서와 안녕을 위해 서로 합의하여 만든 법을 지키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법치국가에서 법을 지키지 않는 것은 서로간의 약속을 깨는 것과 같습니다. 당연히 법을 지켜야 합니다. 그러나, 사람이 만드는 법은, 그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불완전하듯이, 완전할 수가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늘 기억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공동체가 입법하여 만든 법을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위해서 당연히 지켜야 하지만, 동시에, 사람이 만들었기에,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법은, 더 나은 공동체의 삶을 위해,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수 있도록’, 언제든 함께 고쳐나가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인간 역사를 돌아보면, 불의하고 악한 법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예를들어, 조선시대에는 ‘상민과 천민은 서로 혼인하지 못한다’는 양천통혼 금지법이 있었습니다. 그 때, 한 노비가 양민 처녀와 혼인해서, 아들을 낳고 살게 됩니다. 그런데 이들의 결혼이 알려지자, 둘은 법에 따라 강제 이혼을 당하게 되고, 여인은 다른 남자의 아내로 보내집니다. 사랑하는 남편과 생으로 헤어진 여성이 행복할 수 없었습니다. 여인의 삶은 너무나 불행했고, 보다 못한 노비 출신 전 남편이, 여인의 현재 남편을 죽이는 바람에 둘은 모두 살인범이 되어, 법에 따라 사형선고를 받고 죽임을 당하게 됩니다. 미국에는 한 때, 흑인을 포함한 유색인종은 백인과 혼인을 하지 못한다는 법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버지니아주에서, 서로 사랑에 빠진, 백인 남성과 흑인 여성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당시 드물게 백인과 유색인종의 결혼이 허용된 워싱턴 DC에 가서, 혼인한 후 고향에 돌아와 삽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이 부부는 신고를 받고, 달려온 경찰에 의해 체포됩니다. 이들은, 버지니아주 법정에서 징역형 1년을 선고받고, 25년간 버지니아에서 추방되는 조건으로 형 집행유예를 받습니다. 가혹한 법 집행앞에 두 부부는 불법으로 규정된 자신들의 존재와 사랑을 인정받기 위한 투쟁을 결심하고, 미연방 법원에 항소하여, 결국 1967년 흑백간의 결혼 금지가 위헌이라는 판결을 받아 냅니다. 이들 부부의 이름이 Loving- 사랑이었습니다. 그 유명한 “Loving vs. Virginia” case 입니다.
사실, 민주 사회에서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위해, 공동체가 만든 법을 지키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때로 사람이 만드는 법은 늘 그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불완전하듯이 완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 한 때, 미국에 사는 서류 미비자들을 불법적으로 미국에 체류하는 사람들이라는 의미에서 ‘불체자’라고 불렀습니다. 사람들은, 자기들이 만든, 세상 법의 잣대로, 다른 사람을 쉽게 판단하고, 힘들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너는 이방 나그네를 압제하지 말며 그들을 학대하지 말라. 너희는 나그네를 사랑하라. 전에 너희도 애굽 땅에서 나그네였음이라.”(출 22:21절)고 말씀했습니다. 세상 법으로는 난민의 입국을 막고, 배가 고파 국경을 넘는 사람들을, 잡아 감옥에 가둘 수 있지만, 하나님의 법으로는 난민을 구제하고, 배고파 국경을 넘는 사람들을 함부로 불체자라 경멸하고, 딱지 붙여서 쫒아내지 말고, 저들을 서류미비자들이라 부르며, 긍휼을 베풀며 불완전한 법을 바꿀 수 있다면 바꾸며,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라고 말씀합니다. DACA (서류미비자 자녀 추방유예) 프로그램이 이번 6월말로 마감됩니다. 만약 대법원이 연장 판결을 허락해주지 않으면, DACA 수혜자들은 추방될 수밖에 없습니다. 기도해 주세요. 꼭 연장이 허락되도록. 샬롬. 2020.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