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성경을 처음부터 제대로 읽으려 했었을 때, 창세기 첫 장을 읽으며 제일 먼저 궁금했던 구절은, 하나님께서 6일간 천지창조를 이루시면서, 매 하루마다 후렴구처럼 등장하는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이는 첫째 날이요…,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이는 둘째날이요…,’이렇게 여섯째 날까지 여섯 번 반복되는 말씀이었습니다. 우리는 통상적으로 하루를 생각할 때, 아침에 시작해서, 저녁에 끝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성경은 거꾸로 ‘하루가 저녁에서 시작해서 아침으로 끝나게’ 되는지 매우 궁금했습니다. 그러다가 자연히 구약성경 이스라엘 백성들의 후손인 유대인들의 하루 계산법이 우리와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들은 하루를 밤 12시 자정에서부터 시작해서, 그 다음 날 밤 12시까지 끝나는 것으로 계산합니다. 그런데 유대인들의 하루는 해가 지는 시간, 어둠이 내리는 시간인 저녁 6시에 시작해서, 그 다음날 해질녘에 끝이 납니다. 유대인의 하루는 낮과 밤, 12시간씩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저녁 6시에서 그 다음날 아침 6시까지 밤 12시간, 그리고 아침 6시에서 오후 6시까지 낮 12시간입니다.
그러므로 유대인들의 시간은, 늘 밤에서 시작하여 낮에 끝나게 되어 있습니다.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어야 하루가 지나는 것입니다. 유대인의 처음은 늘 깜깜한 밤이지만, 그 마지막은 늘 아침이요, 태양이 빛나는 낮입니다.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이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첫째 날, 둘째 날, 셋째 날, … 이렇게 우리 모든 인생의 하루가 됩니다. 하나님께서 인간들에게 주신 하루 하루가 밤에서 시작해서 낮으로 끝난다는 사실, 저녁에서 시작해서 아침으로 끝난다는 것을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창세기에서 하나님의 창조가 그랬습니다.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시기 전에, 세상은, 참으로 깜깜했습니다. 창세기 1장 2절은 그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그 땅은 형태가 없고 비어 있었으며 어둠이 깊은 물 위에 있었고 하나님의 영은 수면 위에 움직이고 계셨습니다.”(우리말 성경) 천지창조 이전 세상은 완전히 깜깜한 밤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하루 하루, 새로운 창조를 말씀으로 이루시면서, 형태가 없고 비어 있었으며 어둠이 깊은 물위에 있었던 세상이 꽉 채워지고, 질서있게 돌아가고, 밝음이 가득한 아름다운 세상으로 변하게 됩니다. 처음은 어둠이었고 빈곤했고 미약했지만, 나중은 온통 빛이었고, 풍성했고, 창대했습니다. 저녁에서 시작해서 아침으로 끝나는 하나님의 역사는 늘 마지막이 좋습니다. 예수님은 처음에, 베들레헴 작은 골, 짐승 우리간에서 태어나셨고, 많은 고생을 하시다가, 십자가에 피흘리며 돌아가셨지만, 예수님의 마지막은 빛나는 영광이었습니다. 십자가에서 마귀의 일을 멸하시고, 죽음 권세를 이기시고 부활하시어, 하늘로 승천하셨습니다. 영원히 승리하시고 하나님 보좌 우편에 이르셨습니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말이 있는데, 하나님은 늘 끝이 좋은 분이시요, 마지막을 빛나게 하시는 분이십니다.
그러므로 끝이 좋은 하나님이 내가 믿는 그 하나님이라 확신한다면, 우리는 매일 넘치는 희망으로 그 다음 날과 그 다음 달, 그리고 그 다음 해를 맞이할 수 있습니다. 2023년 12월 31일, 어둠속에 사라진 지난 해를 보내고, 이제 새로운 아침으로 다가온 2024년 새해를 기쁨과 평안과 부푼 희망으로 맞이할 수 있습니다. 시편기자는 “밤새 울었더라도 아침이면 기쁨이 찾아옵니다.”(시 30:5) 라고 노래했습니다. 어제보다 좋은 오늘이요, 오늘보다 좋은 내일이 우리를 찾아온 것입니다. 그러므로, 지난 해를 힘차게 밀어내고 우리에게 다가온 갑진년 새해, 처음보다 끝이 언제나 좋은 하나님의 놀라우신 은혜로 우리 모두에게 오직 하나님밖에 주실 수 없는 평강과 축복이 범사에 풍성히 더하여 넘치기를 소원합니다. 샬롬. 202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