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릴 때, 한국에는 지하철이 없었고 육교가 있었습니다. 버스와 자동차들이 많이 다니는 길에는 여지없이 육교가 있었습니다. 한 번은 어머니께서 이모님과 함께 유치원생인 저를 데리고 시장에 가셨습니다. 시장을 가려면, 버스와 자동차들이 다니는 큰 길을 건너야 하는데, 제가 미처 두 분을 따라가지 못하는 사이에, 어머니와 이모님은 좌우를 두리번거리시더니, 저를 놔두고 두 분만 그냥 훌쩍 그 큰 길을 건너가 버렸습니다. 두 분을 따라서, 길을 건너려니, 자동차들이 달려와서 갈 수가 없었습니다. 길을 건너신 두 분이 뒤늦게 제가 함께 하지 못한 것을 아시고, 길 건너에서 뭐라고 소리치면서 손짓을 하셨는데 저는 그 말이 도대체 들리지가 않았습니다. 차들이 빠른 속도로 달리는 큰 길을 사이에 두고, 저는 혼자 뒤에 남아 울상이 되었습니다. 제가 발만 동동 구르면서 아무 대책없이 그 자리에 서 있자, 그제서야 두 분 중에 한 분이 저에게 오셨습니다. 그런데, 큰 길을 건너서 오신 것이 아니라, 바로 옆에 있었던 육교를 이용해서 오셨습니다. 이모님이 육교로 오는 것을 보는 순간, 제 눈이 열렸습니다. 제가 두 분에만 집중하느라 바로 옆에 육교가 있는 것을 보지 못했던 것입니다. 어머니가 계속 저를 향해 손짓했던 것은 바로 옆에 육교를 보고, 육교로 건너오라는 말씀이었는데, 저는 그저 찻길을 건널 수 없다는 생각에, 그런 말도 들리지 않았고, 보지도 못했습니다. 시각과 청각 장애가 있는 미국의 작가이며 교육가 사회사업가였던 헬렌 켈러 여사는 이런 멋진 말을 했습니다. ‘행복의 한 쪽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립니다. 그러나 흔히 우리는 닫혀진 문을 오랫동안 보기 때문에 우리를 위해 열려 있는 문을 보지 못합니다.’
사도바울은 어디를 가든지, 먼저, 유대인 회당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골육인 유대인들에게 복음을 전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자신의 골육인 유대인들 가운데에는 복음을 거부하고, 오히려 바울을 핍박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저들은 늘, 동네 사람들까지 충동질하여, 바울을 모함하고 바울의 복음 사역을 대적하여 그의 일행을 괴롭히고, 복음 전도를 방해했습니다. 유대인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방인들은 바울의 메시지를 기쁘게 받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린다고, 바울에게 유대인 전도의 문이 닫히고 이방인 선교의 문이 활짝 열린 것입니다. 그렇게 바울은, 소아시아를 넘어 유럽 대륙으로 건너가 수많은 이방인 교회를 세우고, 오늘날 전 세계에 복음이 전파되는 주춧돌 같은 역할을 감당하게 됩니다.
보통 복음을 전하라고 말씀드리면, 자기 주변 사람들은 모두 예수 믿어서, 복음을 전할 사람이 없다고 이야기하거나, 사람들이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조심스럽고, 정부에서, 다른 사람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은 자기 신앙을 강요하는 것이 될 수 있기에, 하지 말라고 한다고, 복음을 전하기를 꺼려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일년 열 두 달, 교회를 다녀도, 단 한 번도, 주변 사람들에게 예수 복음을 전하지 않고 세월을 보내는 교인들, 그리스도인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 쪽 문이 닫히면, 그 앞에서 울상을 하고, 주저 앉아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늘 더 좋은 문을 열고 준비하고 계십니다. 미국내에서도, 난민들 사역이 있습니다. 그곳에 가면, 대부분, 이슬람이나, 불교권 등 타 종교권에서 온 난민들과 그 아이들이 복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직도 빈민촌에 가면, 예수 사랑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습니다. 이 미국 땅에도 복음 전할 대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이곳 저곳 찾아보면 얼마든지,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영혼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전도와 선교를 생각할 때마다, 어릴 때 기억이 새롭습니다. 바로 옆에 육교를 놔두고, 큰 길에서 발발 동동 구르던 제가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한쪽 문을 닫으시면, 늘 더 좋은 길을 우리를 위해서 예비해 두십니다. 그러므로 닫힌 문 앞에서 포기하기 보다는, 하나님께서 열어 주신 선교의 문을 통해 많은 영혼들을 주님 앞으로 인도하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소원합니다. 샬롬. 2024.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