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20년전 독일 여행하 헤세 바르텍이 조선을 방문하고 적은 여행기에 보면,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높은 산에서 내려다 본 도시의 모습은 마치 황량한 황무지와도 같습니다. 도로도 없고, 고층 건물도 없고 나무들도 없습니다. 형언할 수 없이 슬프면서도 기묘한 이 광경은 숭고한 인상마저 줍니다. 가까이에서 본 서민들이 사는 집은 초라합니다. ‘다 쓰러져가는 집에서 어떻게 사람이 살 수 있단 말인가?’ 길은 좁기 때문에 마치 미로 속과 같았습니다. 집들은 오물과 쓰레기를 그대로 집 앞에 버려 상당히 더러웠고, 길에서 그냥 용변을 보는 일이 흔했습니다. 여기저기 치우지 않은 쓰레기가 조그만 산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결코 건강에 해로운 곳이 아니며 전염병 발생도 드뭅니다. 그 이유는 겨울이 매우 혹독하여 추위가 전염병의 등장을 막기 때문입니다. 그대로 남은 오물들은 개들이 먹어치웁니다. 음식 찌거기, 심지어 인분조차도 쌓이자마자 개들의 차지가 됩니다. 이른 아침부터 밤늦도록 비좁은 골목길을 돌아다녀 보았지만, 남자들이 일하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남자들이 일을 적게 하는 도시는 이 세상에 아마도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 남성들은 120년하고는 완전히 다른 사람들처럼 보입니다. 한국 남자들이 가장 잘하는 것이 일이라고, 요즘 한국 남성들은 세상에서 일을 가장 의욕적으로 잘하는 사람들로 알려져 있습니다. 도대체 120년간 한국 남성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났기에, 지구상에서 가장 게으른 사람들이 가장 부지런한 사람들로 변모된 것일까요?
헤세 바르택의 여행기를 보면, 일하는 남자들이 없었는데 사람들이 어떻게 먹고 살았을까 궁금해 집니다. 그런데 그의 글을 자세히 읽어보면, 조선에서 남자들이 일하지 않고도 살 수 있었던 이유가 설명되어 있습니다. 헤세는 이렇게 썼습니다. “남성들이 집 앞에서 잠을 자거나 담배를 피우고 노는 동안 여자들은 집 안이나 마당에서 쉬지 않고 일을 했습니다. 힘든 일도 척척 해냈습니다. 우물에서 물을 퍼 올리고, 밭에서 일을 했고, 무거운 짐을 날랐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보면 이미 여인들은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여성들은 짐 싣든 동물보다 나은 존재가 아닙니다.” 헤세의 글을 보면, 한가지가 매우 분명해집니다. 오늘날 영광스런 대한민국을 만든 것은 죄송하지만, 남자들이 아니었다는 사실입니다. 아버지들이 아니었습니다. 오늘날까지 한국이 독립국가로 명맥을 이어, 세계 경제 대국이 되고, 자유 민주주의 국가가 되고, 복지 국가가 되고, 한국 남자가 가장 잘하는 것이 일이라는 말이 나오게 된 것은, 남자들로 인해 이루어진 일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 뒤에 그늘에서 쉼없이 아무 대가없이, 짐 싣는 동물보다 조금도 낫지 않은 존재로 온갖 수모를 참아가며 허리가 휘도록 가정을 위해, 자녀들을 위해 희생했던 어머니들로 인해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있다는 확신입니다.
오늘은 어머니 주일입니다. 이 세상 어머니들은 다 위대하지만, 우리는 특히 대한민국의 어머니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120년 전, 이방인의 눈에 비친 이름 모를 수많은 한국 땅의 어머니들, 짐승처럼 일하며, 가족을 부양했던 그 어머니들이 아니었다면, 과연 우리가 오늘 큰 소리치며 살 수 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러므로, 그 어머니들의 희생과 은혜에 감사하는 오늘 어머니 주일이 되기를 바라고, 또한 무엇보다도 그런 어머니를 우리에게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소원합니다. 샬롬. 2018.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