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자랄 때, 사실 한글에 대한 감사가 그다지 많지 않았습니다. 다들 태어날 때부터 한국어를 구사하는 100퍼센트 한국 사회에서 한글은 물과 햇빛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인생을 사는데 꼭 필요하지만 별로 고마운 줄 몰랐습니다. 그러다가, 윤동주 시인의 시들을 만나면서, 모국어에 대한 느낌이 생겼습니다. —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의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아~하. 저는 시를 통해서, 언어는 단지 의사소통의 기능만이 아님을 어렴풋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언어는 ‘별 하나에 어머니,’였습니다. 어머니, 모국어- 우리 어머니의 나라말이었고, 그래서 나를 한국인으로 이 땅에 있게 한 그 정체성이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인 어머니를 둔 자가 한국말을 못한다는 것은, 자기의 출생을 부인하는 것만큼이나 문제일 수 있다는 깨달음입니다.
요즘은 국제어인 영어가 필수인 시대가 되었습니다. 영어는 성공적 인생의 기준이 됩니다. 영어에 대한 일종의 열등감이 있는 한국인들은, 한국어는 어찌되던지, 자녀 교육에서 영어에 올인하는 느낌입니다. 이런 분위기속에 특히 미국 한인이민자들의 가정에서 오랫동안 모국어는 크게 등한시되어 왔습니다. 그 결과 한국어를 잘 모르는 한인 자녀들이 양산되었습니다. 별 하나에 어머니, 그 어머니를 잃은 것입니다. 그리고 어머니를 잃은 별들은 미국 사회에서 별똥별들이 되어, 헤매이게 되었습니다. 한인 커뮤니티를 잃었고, 자기 부모를 잃었고, 그리고 신앙을 잃었습니다. EM 영어권으로 신앙생활하는 우리 자녀들의 거의 90%가 고등학교졸업후에 교회를 떠난다는 통계입니다. 별 하나에 어머니, 모국어는 그냥 모국어가 아니었습니다. 별 하나에 어머니, 언어는 내 어머니가 누구인지를 가르쳐 줍니다. 내가 누구 자식인지- 내가 어디로부터 왔는지, 내가 누구인지를 깨닫게 해 줍니다. 언어는 우리 자신의 정체성입니다. 사실, 각 나라와 족속에게 언어를 주신 분은 하나님이십니다. 한글을 우리에게 주신 분은 세종대왕이 아니라, 하나님이십니다. 일제 시대와 같이 한글을 잃어버릴 순간이 많았지만, 그 한글을 다시 찾아 주신 분도 하나님이십니다. 나를 한국인으로 이 땅에 태어나게 하신 분은 하나님이십니다.
그러므로 자신을 한국인으로 고백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나를 나되게 하신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감사의 표현입니다. 사도 바울은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자신을 ‘나는 유대인이라’고 고백하며, 유창한 히브리말을 구사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런 바울은 온 세상을 변화시키는 존귀한 하나님의 사람으로 살게 하셨습니다. 늘 ‘나를 한국인으로 살게 하시고, 우리에게 한글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우리 자신뿐만이 아니라, 자녀들을 바르게 양육하여, 존귀한 하나님의 백성으로 주님 맡겨 주신 사명 땅끝까지 온전히 감당해 나가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소원합니다. 샬롬. 2018.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