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한국에는 집안에 샤워 시설이 있는 집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매일 고양이 세수만 하며 살다가, 온 몸에 때가 쌓여 근질근질해질 때가 되면 대중 목욕탕에 가서 전신 목욕을 했습니다. 한 동안 온 몸 구석구석에 쌓인 때를 깨끗이 이태리 타올을 사용해서 빡빡 문질러 한 꺼풀 벗겨내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깨끗한 새 옷을 갈아 입었습니다. 전신을 깨끗이 씻고 난 후에, 흙투성이의 더러운 옷을 입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면, 기껏 씻은 몸이 더럽혀져서 씻은 보람이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깨끗한 몸은 깨끗한 옷에 담아야 했습니다.
예수님 시대에, 세례 요한과 바리새인들은 일주일에 두 번씩 규칙적으로 금식했고, 속죄일 같은 절기때에도 금식했을 뿐만이 아니라, 경건한 삶의 일환으로 수시로 금식하곤 했습니다. 이와 같은 금식 규례는 유대 지방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전해지던 신앙관습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제자들이 옛 신앙 전통을 따라 금식을 하지 않으니, 세례 요한의 제자들이 예수님께 ‘우리는 모두 옛 신앙 전통을 따라 금식하는데 당신의 제자들은 왜 금식하지 않느냐?’고 질문을 하게 됩니다. 그 때 예수님은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어야 둘이 다 보전되느니라”(마 9:17)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신약 성경 시대에, 사람들은 포도주를 담아두는 용기로 양이나 염소등의 가죽으로 부대를 만들어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이 가죽 부대가 오래되어 낡아 튼튼하지 못할 경우, 거기에 새 포도주를 담아두면, 포도주에서 생겨나는 발효력을 감당치 못하여 신축성이 없는 낡은 가죽 부대는, 그만 터져 버리게 됩니다. 그러면 아까운 포도주도 버리고, 부대도 버리게 됩니다. 그래서 발효과정을 거치지 않은 새 포도주를 담아 둘 경우에는 반드시 새로 만든 새 가죽부대를 사용했습니다. 깨끗이 전신 목욕한 후에는 깨끗한 새 옷을 입어야 하듯, ‘새 포도주는 반드시 새 부대’에 담아야 포도주와 부대를 둘 다 보존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늘,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듯이, 새로운 세대에 새로운 일을 행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구약 율법을 지킴으로 의롭다 함을 얻는다’고 믿었던 많은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의 생각을 따르는 대신에, 죽을 수밖에 없는 죄인들을 위해 십자가를 지심으로 ‘율법을 지킴으로서의 아니라, 오직 믿음으로 구원을 얻는’ 새롭고 산 길을 우리들을 위해 열어 주셨습니다. 주님은 늘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듯이, 자신의 삶을 ‘새로운 일’에 담으셨습니다.
아무것도 안하고, 그저 작년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새해를 보내실 수도 있지만, 그건 마치 작년 한 해를 통째로 ‘copy and paste’ 해 넣은 것처럼, 새로운 2025년을 낡은 부대에 담는 것과 같아, 2025년을 허비하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새 포도주를 낡은 부대’에 담으면, 둘 다 버리게 됩니다. ‘사람들은 늙어서 활동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활동하지 않기 때문에 늙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을 산다면, 오늘 죽으나, 100년 후에 죽으나, 별 차이없는 인생이 됩니다.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삶의 반복이라면, 마치 활동하지 않는 것과 같아, 저절로 의미없이 늙어가게 됩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새로운 한 해 2025년을 새로운 일에 담아 새로운 역사를 우리 각자의 삶과 이 세상에 이루어 가기를 원하십니다. 옛 사람의 습관에 따라 사는 고루한 삶의 스타일을 버리고, 이제 새롭게 주어진 한 해를, 주님의 말씀을 따라, 주의 영광을 위해, ‘새로운 희망을 갖고, 새로운 일’에 담으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세상의 그 누구도, 몸을 깨끗이 씻은 후에 흙먼지 나는 더러운 옷에 담지 않습니다. 그러면 애써 씻은 몸이 더럽혀질 수 있습니다. 깨끗한 몸은 깨끗한 옷에 담겨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새로운 한 해는 주님 기뻐하시는 새로운 희망과 새로운 일에 담겨야, 둘 다를 보존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허락해 주신 을사년 새로운 한 해,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새 희망을 향해, 새로운 일에 삶을 드려, 그 어느 때보다도 건강하고 의미있고 복되고 풍성한 새 해를 이루어가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소원합니다. 샬롬. 202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