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에 어느 성도님께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지 시티에서 비즈니스 장소를 물색하다가 어느 나이 든 건물 주인을 만나게 되셨습니다. 은퇴할 나이가 훌쩍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일하는 것이 조금 이상해서 ‘왜 그 나이에도 일하시는지, 돈 때문인지’ 여쭈었을 때, 뜻밖의 대답을 들었습니다. 은퇴할 나이가 되어 일을 그만두고 집에서 쉬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아내가 ‘이혼해 달라’고 요구하더라는 것입니다. 아내는 결혼 후, 은퇴할 때까지 남편이 일로 바빠서 대부분 식사도 밖에서 해결하고 가끔씩 남편과 함께 휴가 가는 것으로 좋았는데, 은퇴후에는 하루 종일 남편이 집에 있다 보니, 아침, 점심, 저녁 남편 밥해 주느라 자기 일을 하나도 할 수 없게 되어, 숨이 막히는 것 같아 같이 못 살겠다고 했습니다. 평생을 함께 산 아내와 이혼할 수는 없어서, 할 수 없이 다시 일터로 나왔다는 웃픈 이야기였습니다. 한인 사회에도 한 때, 아내가 은퇴한 남편을 부르는 호칭이 남편이 집에서 먹는 끼니 수에 따라 달라진다는 유머가 유행했었습니다. 남편이 은퇴 후 집에서 단 한 끼도 먹지 않으면, ‘영식님’, 한 끼를 먹으면, ‘일식씨’, 두 끼를 먹으면, ‘두식이’, 그리고 하루 세 끼를 꼬박꼬박 다 챙겨 먹으면, 세끼를 다 드신다는 의미에서, ‘삼식이 세 x.’ 알고 보니, 일은 돈 벌기 위한 수단만은 아니었습니다. 건강한 인간관계와 부부생활의 행복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 일이었습니다.
뭔가 할 일이 있는 사람이 행복합니다. 개인적인 삶이 안정되고 심신이 건강해지고, 가정이 행복해집니다. 그러나 할 일이 없는 사람은 삶이 불안정해지고, 심신이 병들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나빠질 수 있습니다. 일에는 두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돈을 받고 일하는 직업이 있고, 다른 하나는 돈을 받지 않고 일하는 봉사가 있습니다. 직업은 대가를 받고 하는 일이요, 봉사는 아무 대가 없이, 그저 내가 가진 물질과 시간과 재능을 드려서 베푸는 일입니다. 사실, 일을 해서 돈을 버는 것은 언제나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내 것을 주면서 하는 봉사는 언제 어디서나 쉽게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조부모님들이 손주들을 돌봐 주고, 자녀들에게 수고한 대가를 받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조부모님들이 손주들을 봐주고, 그 애들에게 용돈까지 주는 것은 언제나 쉬운 일입니다. 언제나 돈 받고 일하려면 쉽지 않지만, 내 가진 것들을 주고 베풀며 봉사하는 것은 언제나 쉽습니다. 그리고, 돈 받고 일하는 직업에서는 은퇴가 있지만, 돈 받지 않고 남을 위해 일하는 봉사는 은퇴가 없습니다. 일평생 죽을 때까지 언제든 할 수 있는 것이 봉사입니다. 직업으로 일하며 돈 많이 버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지만 무상으로 일하는 봉사는 훨씬 더 큰 기쁨과 행복을 주기도 합니다. 성경은 “각각 은사를 받은 대로 하나님의 여러 가지 은혜를 맡은 선한 청지기 같이 서로 봉사하라” (베드로전서 4;10)고 말씀했습니다.
이 땅에 사는 모든 사람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창조주 하나님께서 주신 하나님의 소유를 맡은 청지기들입니다. 우리는 모두 하나님께 시간을 받았고, 몸을 받았고, 지혜와 재능을 받았습니다. 시간, 몸, 지혜, 재능 모두 다 우리가 하나님께 거저 받은 선물이지, 우리 자신들이 스스로 만들어 가진 것들이 아닙니다. 그리고, 태어날 때, 아무것도 없이 태어나고, 죽을 때 모든 것을 놓고 죽습니다. 빈손으로 이 세상에 와서, 하나님 주신 선물을 가지고 누리며 살다가, 모든 것을 이 땅에 남겨두고, 빈손으로 돌아갑니다. 우리 하나님께서는 우리 각 사람이 자신에게 거저 주어진 선물로 다른 이들을 봉사하며 (to serve others) 살기를 원하십니다. 구르는 돌에 이끼가 끼지 않고, 달리는 자전거는 넘어지지 않는다고, 일하며 사는 것이 축복입니다. 특히 봉사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일이요, 영육 간에 강건해지는 축복의 기회입니다. 늘 봉사하는 일에 삶을 드려, 영육간에 강건한 축복을 누리며,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소원합니다. 샬롬. 2023.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