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사 ‘박경철씨’의 펌글을 우연히 접했습니다. 그에게는 잊을 수 없는 환자가 있었다고 합니다. 40대 초반의 여자 환자로 위암이었습니다. 아이가 고등학교 아들과 중학교 딸이 하나 있었는데, 남편은 죽었고, 시댁식구들은 연락이 끊어진 불쌍한 여인이었습니다. 암이 온 몸에 퍼져 수술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있었습니다. 사망을 앞두고, 며칠 동안은 아이들이 학교를 안가고 병원에 와서 엄마옆을 지켰습니다. 병원 의사들은 이 아이들을 데려다가 인턴이 만들어 놓은 라면을 함께 먹곤 했었습니다. 함께 밥을 먹으면서, 두 오누이가 안됐다는 생각에 그 아이들에게 박경철씨는 이런 저런 위로의 말을 건넸었나 봅니다. 어쨌든 그 여성 환자는 병세가 급속도로 악화되어 며칠 만에 결국 세상을 뜨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의사는 아이들과 헤어졌습니다.
그런데 십여 년이 지난 어느 날, 선하고 아름다운 모습의 한 신부님이 박의사를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대뜸 ‘저를 모르십니까?’라고 말을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이야기를 해보니, 그 때 그 고등학생이 바로 신부님이었습니다. 이래저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 때의 여중생은 교대에 가서 선생님이 되었다고 합니다. 두 오누이가 부모도 없이, 변변한 일가 친척도 없이 곱게 잘 자란 것입니다. 그러면서 신부님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선생님은 기억 못하시겠지만, 저희가 어머니 옆을 지킬 때, 저희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 입장에서는 가혹하고 힘들겠지만 엄마 입장에서 생각하면 남겨진 아이들이 혹시나 잘못되면 어떡할까하고 그런 생각으로 세상을 살아가라….’” 사실 박의사는 자신이 그런 얘기를 해 주었는지조차도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별 생각없이 해 준 말이, 두 어린 아이들이 힘든 인생길을 걸어가는데 버팀목이 된 가장 중요한 말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무심코 해 준 어른의 한 마디가, 절망적인 어린 아이들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던 것입니다.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소꿉놀이를 하면, 부부싸움을 흉내낼 때도 사이좋게 밥 먹는 모습을 연출할 때도 사전 대본이 없는 아이들은 각자 집에서 본 부모의 모습을 흉내내며 논다고 합니다. 폭력적인 언사를 쓰는 가정의 아이들은 그렇게 거칠게 소리질러 사람을 깜짝 놀라게도 하고, 또 다른 아이들은 장사를 하는 부모의 언행을 흉내내어 보는 사람을 웃기기도 합니다. 결국 아이의 행동의 원인과 책임은 부모를 비롯한 어른들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5월 5일, 어린이주일입니다.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이의 모습을 보면, 그 부모가 어떤 사람인지, 그의 주변에 어떤 어른들이 있는지를 알 수 있다는 뜻입니다. 성경은, 『또 아비들아 너희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고 오직 주의 교양과 훈계로 양육하라』(엡 6:4)고 말씀했습니다. 늘 착하고 의롭고 거룩하고 진실한 말과 행동으로 우리의 미래인 어린아이들을 바르게 양육하는 일에 쓰임받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간절히 소원합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