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목요일 오후 4시 30분, 저희와 함께 신앙생활을 했던 최병순권사님을 하나님께서 부르셨습니다. 권사님께서는 소천하시기 1주일 전부터 현저하게 몸이 약해지셔서, 한국과 타지역에 거주하는 자제분들이 최권사님을 생전에 뵙기 위해 오셨습니다. 가족들이 오셨을 때쯤 제가 최권사님을 심방했을 때, 권사님은 식사를 잘 하지 못하셨을 뿐이지, 총기가 있으셨고, 예배를 드리며 찬송도 함께 따라 부르셨습니다. 두번째로 급하게 저를 찾는다는 말에 몇 일 후 다시 심방을 했을 때에는 권사님이 좀 더 약해져 있었습니다. 말도 잘 못하셨는데, 따님을 통해서 전해 들은 말로는 어머니께서 죽음을 앞두고 약간 불안해 하신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권사님께 딱 한가지만 기억하시면 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성경은 ‘예수 이름을 부르는 자는 구원을 받는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예수 이름만 기억하시면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권사님께서는 주의 종이 전한 말씀을 확실하게 붙드셨습니다. 그리고 ‘예수 사랑하심은 거룩하신 말일세, 우리들은 약하나, 예수 권세 많도다. 날 사랑하심’ 찬송을 들으시는 가운데, 천사들의 인도를 받고, 하늘 나라에 가셨습니다. 임종하신 모습이 천사와 같이 평안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최권사님을 생각하면, 크게 세가지가 떠오릅니다. 첫째는 믿음입니다. 권사님은 결단력있는 믿음을 가지신 분이셨습니다. 40세에 예수님을 믿고 영접한 후로는 장손 가정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제사를 끊고 오직 예수님만을 붙드셨다고 합니다. 둘째는 신의가 있는 분이셨습니다. 교회가 많이 힘들었을 때에도 어려운 교회와 함께 하셨습니다. 한국에서 오신 넷째 아드님(장로님)의 말씀을 전해 들으니, 미국에 오실 때 한국에서 섬겼던 교회에 건축 약정헌금을 다 드리지 못하고 오셨는데, 후에 다시 한국에 나가셔서, 그 약정헌금을 모두 다 드렸다고 했습니다. 하나님과의 약속을 정성껏 지키신 최권사님의 믿음이 아름다웠습니다. 셋째로 최권사님은 온유하고 화평하신 분이셨습니다. 보통 연세가 드시면 노여움도 많아지시고, 작은 일에도 섭섭하고, 미움과 다툼도 있게 마련인데 최권사님의 한결같은 부드러움과 화평케하는 능력은 제게 늘 놀라움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그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최권사님이 10년 넘도록 수첩에 적어가지고 다니며 기도하셨던 기도문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늙은이가 되면 설치지 말고, 미운소리 우는 소리 헐뜯는 소리, 그리고 군소리랑 하지도 말고 조심조심 일러주고 알고도 모르는 척 어수룩하게 하소서. 그렇게 사는 것이 편안하다오. 이기려 하지 말고 져 주시구려. 한걸음 물러서서 양보하는 것 지혜롭게 살아가는 비결이라오. 모든 욕심을 버리시구려. 아무리 많은 돈 가졌다 해도 죽으면 가져갈 수 없는 것. 많은 돈 남겨 자식들 싸움하게 만들지 말고 살아있는 동안 많이 뿌려서 산더미 같은 덕을 쌓으시구려. 언제나 감사함을 잊지를 말고 어디서나 언제나 고마워요.’ 최권사님의 기도문에는 분명한 평화의 비결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이기려하지 말고 져 주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화평케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이라’고 말씀했습니다. 늘 져주려 애쓰며, 화평케 하는 일에 온전히 쓰임받으신 최권사님의 은혜가 아직 이 땅에 살아있는 우리 모두에게 참된 지혜로 더하여 넘치기를 간절히 소원합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