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가 막 시작되었던 1960년대 후반 한국 사회는 점차 발전하고 부유해졌지만, 한 편으로는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해야 할 만큼 어지러운 사회이기도 했습니다. 바로 그 때, 우리 사회에 경제적 번영만이 아니라, 도덕적 번영이 함께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하며 일어났던 ‘조일우’라는 운동이 있습니다. 일생을 교육에 몸담으며 이 운동을 시작한 김 영실 선생님은 “사회 구성원인 온 국민들이 각각 가정, 학교, 사회, 국가의 구석 구석을 자신이 서 있는 위치에서 밝은 불이 되어 세상을 밝혀줄 때 우리민족의 빛나는 역사를 이룰 수 있다”고 목소 리를 높였습니다. “하나의 핵이 없이는 만물이 존재할 수 없다. 한 그루의 나무도 지구의 한구석 을 차지하여 제 한 몫을 담당하고 있으니 자연은 아름답게만 보인다.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마음 을 가다듬고 바로잡아 각 기의 소임을 다함으로써 각자가 자신이 서있는 조그만 한구석으로부터 세상을 밝혀 나가는 것이 우리사회를 바로잡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뜻을 정리하여 조명 할 조(照), 한 일(一), 모퉁이 우(隅)를 써서 ‘조일우’, 순 우리말로 ‘한구석 밝히기’ 그리고 영어로 는 Brighten One Corner 라고 이름한 운동입니다.
생각해보면 예수님께서도 일찍이 제자들에게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마태복음 5장)고 말씀하 셨습니다. 그리고 사도 바울 역시 에베소 교인들을 향해 ‘너희가 전에는 어둠이더니 이제는 주 안에서 빛이라 빛의 자녀들처럼 행하라’고 가르쳤습니다. 성경을 읽는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이 말씀을 듣거나 읽을 때마다 자신들도 세상에서 빛으로 살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의 입장에서는 우리 집 자녀가 세상에서 빛으로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이 말씀을 대하게 됩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던 그리고 바울이 기록했던 ‘세상의 빛’과 ‘우리가 마음 속으로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빛’이 서로 결이 다른 빛은 아니었는지 잘 살펴 보아야 합니다.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빛이 되를 바라는 마음보다는, 소위 빛나는 자리의 소유자 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크지는 않았는지, 또 저마다의 맡겨진 작은 모퉁이가 아닌 중심에서 빛나는 스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아니었는지 말입니다.
에베소서에서 바울은 빛의 자녀들이 맺어야 하는 열매를 ‘모든 착함, 의로움, 진실함’이라고 했습 니다. 그러나 우리가 스스로에게 바라는 열매,혹은 우리 자녀들에게 기대하는 열매가 ‘착함, 의로움, 진실함’ 보 다는 ‘좋은 대학, 좋은 직장, 많은 연봉’이라는 열매에 더 가깝지 않았었나요? 우리 자녀가 착한 결정을 내리 면 ‘어 그래 잘 했어’ 칭찬하지만, 우수한 성적표를 가져오면 ‘정말 자랑스럽다. 뭐 먹고 싶어?” 하며 훨씬 더 기뻐하고, 충분히 손해볼 수 있는 상황이 예상 될 때 의로운 결정을 내리면 ‘그래 잘 결정했다.’며 덤덤히 격려를 하지만, 세상의 사람들이 부러워할 만한 성취를 이루었을 때는, ‘오 늘 외식할까?’라며 거의 축제 분위기가 만들지는 않았었나요? 이런 칭찬과 격려에 익숙해지다 보면 우리 자녀들의 삶의 목표도 자연스레 빛의 열매보다는 예수님 없이 사는 사람들이 추구하는 똑 같은 열매 만을 추구하는데 목표를 두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질 것입니다.
제가 학교에서 근무를 할 때 종종 학부모님을 만나 상담을 해야 할 경우들이 있었습니다. 그 중 에 간혹 자녀들에게 신앙 교육보다는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외 달라는 요청을 하는 분들 이 계셨습니다. 그 분들의 말씀에 따르면 제가 가르치는 ‘성경’은 주요 과목이 아니지 않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 분들도 교회를 다니시고 교회에서 중직을 맡고 계시다고 하셨는데 그 분들께 주요과목은 무엇이었을까요? 뉴욕의 월가에 가면 돌진하는 황소상이 있습니다. 그리고 하버드 대학 캠퍼스에는 존 하버드의 동상이 있습니다. 두 동상에는 모두 특정 부위만 유독 반질반질 빛 나는 곳이 있습니다. 각각 부유함과 지식을 불러온다는 기대감에 그 곳을 찾는 수많은 사람들이 닳도록 만져서 그런 것입니다. 저마다의 작은 모퉁이 보다는 더 주목되는 곳을 추구하고, 하나님 이 알아주시는 것 보다는 세상에서 인정하는 빛이 되고 싶은 마음이 반짝반짝 드러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우리 역시 성경의 가르침을 진리로 믿고 따르는 자들로서 빛의 열매를 추구하 지 않는다면, 그리고 그 빛을 우리가 서 있는 작은 모퉁이를 비추려 하지 않는다면 두 동상의 빛 나는 곳을 만지는 삶과 결코 다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주의 복음을 듣지 못했거나 들어도 잘 깨닫지 못해 어두움 가운데 사는 이들을 위해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고 말씀하셨던 예수님의 가르침을 기억하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빛의 자녀가 되었으니 ‘빛의 열매를 맺는 삶을 살라’고 강조하는 바울의 가르침을 잘 새기며 우 리가 있는 모든 곳에서 그리스도의 빛을 ‘조일우’하는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랍니다. – 교육목사 정명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