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회는 과거 십 수년 동안 일종의 징크스가 있었습니다. 야외 운동회 날에는 어김없이 일기예보가 ‘비 온다’ 였습니다. 실제로, 몇 번은 악수같이 쏟아지는 빗속에서 야외 모임을 가지기도 했었습니다.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에도 불구하고, 별 생각 없이 야외에 나가 몇 번 비를 맞다 보니까, 기도를 좀 간절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온 교우들이 기도하기 시작하면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분명 일기예보는 변함없이 ‘비가 온다’로 되어 있었으나, 우리가 현장에 머무는 시간 동안에는 비가 오지 않는 ‘기적’이 나타난 것입니다. 지난 6월 첫 주 봄철 운동회 때에도 일기예보는 90% 비가 온다 였지만, 저희가 파크에 머무는 오후 3시까지 구름이 잔뜩 낀 날씨로 얼굴이 햇볕에 노출될 필요도 없이 비가 오지 않다가, 파크에서 교인을 태운 마지막 차량이 떠나자마자, 정말 억수 같은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하늘이 물을 담아두고 참다 참다 마침내 한꺼번에 쏟아내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그건 참으로 감격적인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가을 운동회 때는 4-5일전 일기예보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일기예보는 역시, 주일날 ‘비 온다’고 되어 있었습니다만, 이번에는 남쪽에서 시작된 엄청난 허리케인이 정확히 주일날 뉴욕과 뉴저지에 도착하는 이야기였습니다. 허리케인 호아킨의 위력은 몇 년 전에 뉴욕과 뉴저지를 침수시켰던, 허리케인 샌디보다도 더 강력하다고 했습니다. 초 강력 허리케인이라는 소문에 우리의 마음은 잠시 흔들렸습니다. 그러다, 혹시 하나님께서 뉴욕과 뉴저지를 허리케인으로부터 보호하시기 위해, 우리 교우님들을 기도자들로 사용하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기도는 조금 변했습니다. “하나님, 허리케인의 방향을 대서양 쪽으로 돌려주셔서, 뉴욕과 뉴저지를 지켜주세요”. 단순히 ‘주일날 우리 운동회 잘하게 해 주세요’가 아니라, 뉴욕과 뉴저지를 허리케인 같은 천재지변에서 구원해 달라는 기도를 간절히 하게 되었습니다. 기도를 했지만, 주일 전까지 비는 거의 매일같이 내렸고, 하늘은 여전히 구름이 꽉 차 있었습니다. 토요일 날, 어느 교우님 댁에 심방을 가면서, 우연히 본 해캔색 강물은 거의 넘칠 듯 차올라 있었습니다. 그 위에 폭우가 쏟아진다면, 지난 번처럼 침수 사태가 벌어질 것은 뻔했습니다. 마음이 더욱 간절해졌습니다. 몇 몇 분들이 우려의 목소리로 전화를 주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더욱 함께 기도하고, 일정대로 함께 가자고 했습니다. 드디어 주일이 되었습니다. 주일 아침 나절에도 뉴저지 하늘은 마치 비가 곧 쏟아질 것처럼, 구름이 가득했고 어두웠고 좀 추웠습니다. 그러나 2부 예배가 끝난 후, 선발대로 먼저 간, 성도님께 전화를 드렸을 때,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뉴욕은 지금 햇볕이 쨍쨍 비추어, 반팔, 반바지차림으로 조깅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지난 주일 동산 운동회 날, 하루 종일 구름 한 점 보기 힘든 푸르고 멋진 하늘을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선물로 주셨습니다. 그리고 사우스캐롤라이나에 1,000년 만에 겪는 최악의 홍수피해였다는 초 강력 허리케인 호아킨은 대서양 바다로 멀리 향로를 바꾸어 사라져갔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셨습니다. 성경은, 엘리야는 우리와 성정이 같은 사람이로되 그가 비 오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한즉 무려 3년 6개월 비가 오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간절한 동산 교우님들의 기도소리를 들어주셔서, 허리케인으로부터 뉴욕과 뉴저지를 지켜 주신 신실하신 주님을 찬양합니다. 샬롬. -2015.10.11.